[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2014시즌 FC서울의 세 번째 경기는, 전체적으로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치르는 원정경기였고 수준이 녹록지 않은 중국 슈퍼리그의 강호 베이징 궈안이 상대였으니 쉽지 않은 경기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 어려움을 딛고 원정에서 승점 1점을 챙겼다면 소기의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FC서울의 경기력은 아쉬움이 남았다.
FC서울이 11일 오후 중국 베이징 노동자운동장에서 열린 베이징 궈안과의 ACL 조별예선 2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19분 나이지리아 출신의 공격수 유타카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뒤 내내 끌려갔으나 후반 25분 고요한이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적진에서 귀중한 승점을 획득했다.
↑ FC서울이 베이징 원정에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소기의 성과지만 내용은 썩 만족스럽지 않다. 하지만 지금 FC서울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과 인내심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변화와 도전을 선언한 2014년 FC서울의 가장 큰 화두인 ‘공격적 스리백’은, 적어도 베이징 궈안전에서는 문제점이 상당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남과의 개막전에 빠졌던 오른쪽 윙백 차두리가 가세한 라인업이라 아쉬움이 더 컸다.
최용수 감독이 포백라인을 버리고 스리백 카드를 꺼내든 가장 큰 이유는 적합한 선수들이 스쿼드에 있기 때문에다. 핵심은 좌우 날개다. 왼쪽의 김치우, 오른쪽 차두리라는 공격적 성향이 강한 윙백들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베이징 궈안전에서는 그 효과를 전혀 볼 수 없었다. 양쪽 측면을 노리겠다는 서울의 수를 읽었다는 듯, 베이징은 측면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특히 차두리의 오버래핑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전반에 유효슈팅이 단 1개에 그쳤을 정도로 서울의 공격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후반 중반 고요한이 투입된 후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패스와 움직임이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동점골 역시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는 윤일록의 패스를 쇄도한 고요한이 깨뜨린 장면이었다. 후반 막바지에는 거세게 몰아쳤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는 아쉬움이 컸다. 더 큰 문제는, 공격보다 수비였다.
내내 불안했다. 그리고 그 불안은, 실수와 호흡불일치에서 나왔다. 실점 장면이 대표적이다. 전반 19분 하프라인 근처에서 길게 올라온 크로스가 샤오 지아위 머리를 거쳐 박스 안에 떨어졌고 이를 나이지리아 출신의 피터 유타카가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선제골을 허용했다. 서울 수비진을 탓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오스마르가 샤오 지아이와의 공중볼 싸움에서 졌고, 유타카가 슈팅을 시도할 때도 김진규의 마크가 느슨했다.
실점 장면을 포함해 여러 차례 상대에게 위험한 장면을 허용했다. 최용수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이제는 이기는 축구, 승리하는 축구를 펼칠 것”이라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코어인 1-0 경기가 많이 나와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0’으로 상대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수비의 단단함인데 베이징 궈안전 같은 모습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서울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시간과 인내심이다. 데얀 하대성 아디 등 주축들이 모두 빠지고 시스템의 변화까지 가져온 FC서울의 대규모 변화를 생각한다면 정상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시간은 결국 거듭된 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또 필요한 것이 인내심이다.
최용수 감독은 “동계훈련 기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비싼 땀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 비싼 땀의 힘을 스스로 믿지 못해 안에서 의구심이 생긴다면 배는
공수에서 모두 불안함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최용수 감독도 선수들도 예상했던 일이다. 어차피 서울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내심이 필요하다. 지금 서울의 적은 자기 자신이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