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앞서 두 차례 내용만 잡고 결과를 놓친 포항이었다. 긍정적인 전망을 키웠으나 실제 손에 남은 건 없었다.
더욱이 살아남기 위해 이겨야 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선 내용이 꼭 중요한 건 아니다. 조별리그를 통과하기 위해선 6번의 기회밖에 없고, 그 많지 않은 기회에서 어떻게든 초대한 승점 3점을 따는 게 중요했다.
↑ 포항은 11일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2차전에서 부리람에 2-1로 이겼다. 경기 내용은 끌려다녔지만, 중요한 건 경기 결과였다. 첫 승과 승점 3점, 포항은 최상의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사진=부리람(태국) | 공동취재단 |
실상 포항다운 경기는 아니었다. 전반 24분까지 김태수와 김승대의 연속골이 터진 장면은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 포항은 급격히 흔들렸다. 타이트한 일정 속에 장거리를 이동했으며, 선수층도 얇아 로테이션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 지난 8일 K리그 클래식 울산전의 베스트11 가운데 10명이 그대로였다. 폭이 좁다보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후반 내내 포항은 부리람에게 끌려다녔다. 우려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포항 선수들의 체력이 고갈됐다. 어떻게든 이겨내려 하나, 생각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몸이 무거우니 포항이 원하는대로 축구가 펼쳐지지 않았다.
체력이 떨어지니 집중력도 자연스레 떨어졌다. 후반 24분 실점에서도 골키퍼 신화용의 실책이 뼈아팠는데, 집중력 부족으로 드러난 실점이었다. 포항은 이후 매우 위태로웠다.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고, 하프 게임으로 전개됐다. 부리람이 포항의 골문 근처에서 볼을 잡을 때마다 가슴을 졸이게 했다.
그렇지만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경기였다. 실상 부리람 원정길은 어느 팀이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방콕에서 차를 타고 5시간 넘게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부리람이다. 무더위와 열성적인 팬의 응원도 원정팀에겐 부담스럽다. 부리람은 지난 2년간 ACL 본선 홈경기에서 3승 2무 3패를 기록했다. 이긴 팀(전북, 광저우 헝다, 에스테그랄)도 쉽게 꺾지 못했다.
또한, 부리람은 홈 텃세로 상대를 괴롭히는 팀이 아니다. 다른 팀과 견줘 결코 약하지 않다. 지난해 ACL 9강에 오른 등 지난 2년간 ACL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건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카르멜로, 크라이손 등 부릴람의 공격진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앞서 부리람을 방문했던 전북과 서울도 부리람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부리람에게 패하거나 비길 경우, 남은 ACL 조별리그 4경기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초반 무승으로 전환점이 필요한 포항에겐 승리라는 값진 선물이 절실했다. 대승까진 바라지 않았다. 이기면 장땡이었다.
포항은 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부담스런 부리람 원정길에서 첫 승을 신고했고 승점 3점을 획득하며
황선홍 감독도 흡족해 했다. 황선홍 감독은 부리람전을 마친 후 “어려운 승부였다. 물론 경기가 완벽하진 않아도 어려움을 뛰어넘으려는 자세가 긍정적이었다. 처음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즌을 보내면서 나아질 것이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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