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전성민 기자] 황덕균(31·KT 위즈)은 2013년 9월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11년 만에 1군 마운드를 밟았다. 비록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는 못했지만 그는 1군 무대 등판이라는 꿈을 이뤘다. NC 다이노스에서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그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황덕균은 지난 14일 수원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목표가 하나 생겼다. 1군에서 1승을 달성하는 것이다. 나에게 1승이란 내 인생을 쏟아 부은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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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덕균이 야구공을 더욱 꽉 쥐었다. 사진=한희재 기자 |
황덕균은 “NC는 고향팀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정말 힘들었을 때 손을 잡아줬다”고 말했다. NC는 2013년 10월 황덕균에게 전력 분석원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다른 한 쪽에서는 KT가 선수 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해 9월 아들을 얻은 황덕균은 “인생에서 가장 크게 고민한 시기다”고 털어놨다.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때 아내 신선영씨의 지지는 큰 힘이 됐다. 황덕균은 “아내가 끝까지 선수 생활을 해보라고 말해줬다.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그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야구공을 놓지 않는 이유는 가족이었다.
마산을 떠날 때 많은 눈물을 흘렸다던 황덕균은 새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책임도 막중하다. 투수조 최고참인 황덕균은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주장 신명철(39) 조중근(32)과 함께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황덕균은 “KT 선수들을 보면 NC 선수들이 생각난다. 운동을 정말 열심히 하다. 또한 착한 선수들이 많다. 전지 훈련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더라”고 비교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다. 황덕균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프로는 아마와 다르다.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프로는 냉정하다. 유니폼을 벗게 됐을 때 얼마나 힘든지 아직 선수들이 모른다. 프로 의식을 갖고 좀 더 절실하게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황덕균은 이런 현실을 어린 선수들에게 전하는 것이 가장 힘들지만 자신의 역할이라고 했다.
NC에서 불펜 투수로 뛰었던 황덕균은 현재 KT에서 선발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정명원 투수 코치로부터 스플리터를 배운 황덕균은 “선발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 중요하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면 안된다. 조범현 감독님께서는 마운드에서 너무 조급하다는 지적을 해주셨다. 선발 투수로서 야구를 배워가는 것이 재밌다”고 했다.
인터뷰 중 황덕균은 ‘야구하는 것이 즐겁다’. ‘재밌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는 “다시 유니폼 입으니까 아주 행복하다. 기회를 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하다. 사실 이렇게 유니폼을 입는 것이 쉽지 않다. 입고 싶어도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달려온 황덕균의 야구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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