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호주, 시드니) 서민교 기자] 류현진(27‧LA 다저스)이 호주 시드니에 입성해 변함없는 여유와 자신감을 마음껏 발산했다. 18년차 대선배인 베테랑 투수 구대성(45‧시드니 블루삭스)도 “워낙 잘하고 있어서 해줄 말이 없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 시쳇말로 ‘쏘쿨’ 했다.
류현진은 23일(이하 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리는 2014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개막 2차전에 선발 등판한다. 지난 17일 최종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친 류현진은 18일 시드니에서 짐을 풀었다.
↑ LA 다저스 선수들이 "201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호주 개막전을 앞두고 경기가 벌어질 호주 시드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입국 첫날인 18일 오후 가벼운 몸풀기로 공식훈련을 진행했다. 류현진과 팀 동료들이 밝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호주, 시드니)=김영구 기자 |
시범경기에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낸 류현진의 이번 호주 원정 등판 과제는 두 가지다. 시차와 새로운 환경 적응이다.
류현진은 시차가 큰 장거리 비행 후 선발로 나선 적이 없다. 이번이 처음. 18시간의 시차와 15시간의 비행 시간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류현진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그는 “날씨나 분위기 모두 LA와 비슷한 것 같다. 그냥 미국 같다”며 웃었다. 이어 “지금 상태만 놓고 보면 미국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2~3일 지나면 시차를 느낄 것 같기도 한데, 다른 선수들도 피곤해 보이는 선수는 없는 것 같고 좋다”고 덧붙였다.
다저스는 호주 개막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선수들의 시차 적응을 돕기 위해 우주비행사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램프를 호주행 비행기와 선수단 숙소에 설치했다. 이 램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일하는 우주비행사들의 숙면을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과 조명회사가 협력해 특수 제작됐다.
류현진도 이 램프를 직접 사용했다. 이 램프의 특징은 흰색에서 하늘색으로 색깔이 변하면서 수면과 관련된 호르몬 멜라토닌의 분비 조절을 돕는 것. 그러나 류현진의 설명은 간단명료했다. 그는 “그냥 낮에 자지 말라고 해놓은 것이라 알고 있다”며 “졸릴 때 켜놓고 있으면 너무 환하니까 잠 못 자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비행기에서 졸릴 때 잠깐 켜놨더니 괜찮았던 것 같다. 좀 늦게 잤다”고 만족했다.
↑ 호주대표팀에서 활약하는 구대성이 LA 다저스 훈련시간에 류현진을 찾아 커브를 전수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호주, 시드니)=김영구 기자 |
류현진은 크리켓 그라운드에 대해서도 역시 ‘쿨’ 했다. 그는 “뭐 미국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라며 “내야 그라운드는 아직 못 밟아서 흙 상태가 어떤진 잘 모르겠다. 잔디만 조금 다른 것 같다. 건조하다고 해야 할까? 푹신푹신하진 않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은 그라운드 적응을 어느 정도 마친 뒤 구대성과 오랜 만에 재회했다. 훈련 시간 틈틈이 만나 대화를 나눴다. 사실 회포를 풀었다기보다 야구 이야기뿐이었다. 한화 이글스 시절 구대성에게 체인지업을 배웠던 류현진은 이번엔 커브에 대한 조언을 들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둘의 만남은 다저스 동료들 뿐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류현진은 동료들에게 “내 체인지업을 가르쳐주신 대단한 스승”이라고 자랑하듯 소개했고, 동료들도 존경의 표시를 보내며 기념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또 세계 각국 기자들도 류현진에게 구대성과의 재회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했다.
류현진의 낯선 호주 원정 첫 발걸음은 홈구장을 거닐 듯 가벼웠다. 그는 “애리조나전이라서 걱정은 없다. 첫 게임이니까 잘 던졌
류현진의 매력에 빠진 호주 현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평생 한 번 보기 힘든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개막 등판을 직접 관전하기 위해 이미 암표가 암암리에 성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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