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면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년 연속 우승한 해태 타이거즈 이후 사상 두 번째 4연패의 금자탑을 쌓게 된다.
하지만 삼성의 4연패는 그리 쉬워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삼성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력 누수가 큰 데 보강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다른 팀들의 전력 상승은 눈에 띈다. 한 마디로 삼성은 약해졌는데, 상대는 강해졌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전력의 20% 이상이라는 마무리 오승환(한신 타이거즈)을 잃었다. 톱타자 배영섭은 입대했다. 주전들은 노쇠화에 접어든 지 오래됐지만 우승의 기쁨에 취해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 주전 라인업 가운데 20대 선수는 정형식(23) 김상수(24) 박석민(29) 셋 뿐이다. 선발 투수진 역시 마찬가지다. 배영수(33)와 장원삼(31)은 힘으로 타자를 윽박지르지 못하고 요령으로 버틴 지 오래됐다. 전문가들은 “삼성 선발 투수들 중에 강속구 투수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여기에 주전과 백업의 차이가 크다. 10여 년 동안 계속해서 상위권에 있다 보니 드래프트 순서에서 밀린 데다 어렵게 키워 논 유망주는 두 차례의 2차 드래프트에서 속절없이 빼앗겼다. 주전 선수 가운데 1~2명만 부상으로 빠지거나 부진에 허덕이면 성적이 곤두박질 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미있는 건 주변의 이런 냉혹한 평가에 아랑곳 없이 삼성 내부 분위기는 분홍빛이라는 점이다. 삼성 구단관계자나 코칭스태프 역시 전력이 약해졌다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우승 전력이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우승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저 희망사항이 아니다. 당연히 또 우승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회의적으로 내다보는 밖의 시선이 무색하다.
삼성은 지난 번 자유계약(FA) 시장에서 포수 강민호(롯데 자이언츠)를 잡지 않았다. 야구계에서는 포수진이 약한 삼성이 강민호 영입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입질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당시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FA 영입에 많은 돈을 쓰면 욕을 먹는다”고 했다.
프로스포츠에서 전력 강화를 위해 FA를 영입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삼성 이어서 욕을 먹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욕 먹는 게 무서워 반드시 데려와야 할 선수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보다 솔직하게 표현하면 우승에 대한 자만심, 다시 말해 한국시리즈 3연패를 하면서 한국 프로야구를 쉽게 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뚜껑은 열어 봐야 안
김응용 한화 감독이 예전 해태 감독 시절 이런 말을 했다. “우승한 다음 해가 가장 중요하다. 더욱 확실하게 전력 보강을 해야 한다. 안주하는 순간 끝이다”라고.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