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임성일 기자] 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K리그의 명문클럽이다. 1995년 창단해 1996년부터 리그에 뛰어들었으니 역사는 그리 길지 않으나 모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함께 빠르게 성장했다. 팬들도 프런트도 선수들도, 눈높이는 모두 정상에 맞춰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그리 좋지 않다. 2010년 FA컵 우승 이후 무관이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5위에 그치면서 ACL 출전권도 놓쳤다. “올해는 기필코”를 외치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기력이라면 2014년에도 쉽지 않아 보인다.
↑ 수원이 좀처럼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패스워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뛰어난 개개인도 보이지 않는다. 서정원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중요한 경기였다. 3라운드에서 포항에게 1-2 역전패를 당한 뒤 지난 26일 성남 원정에서 0-2로 패하면서 가라앉은 분위기를 끌어올려야했다. 파트너도 괜찮았다. 강세를 보이고 있는 부산이었다. 2011년 11월 이후 부산에게 5연승 중이었고, 2004년 이후 홈에서 열린 16번의 부산전에서 모두 골(총 26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발자취도 경기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기억에 그치는 법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스쿼드에 적잖은 변화를 줬다. 정대세 조동건 홍철 등 주축들을 벤치에 앉히고 구자룡 조성진 김은선 등 젊은 선수들을 투입했다. 새로운 공격수 로저도 시즌 첫 선발출전이었다. 난국을 타계하기 위해 꺼내든 것은 변화였다. 하지만 바뀐 면면도 그리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패스가 원활하지 못했다. 패스워크가 나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주는 사람의 패스가 정확성이 떨어졌거나, 받고자 하는 이의 움직임이 적절하지 못하거나이다. 부산전에서 수원은 양쪽 모두 문제점이 컸다. 3번 이상 진행되는 패스가 없었다. 이는 결국 조직력의 문제점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11명이 힘을 합쳐야하는 축구에서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 약점을 보완하는 길은 있다. 파괴력 넘치는 ‘몇몇’이 있다면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수원에는 그 해결사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의 파괴력이 꼭 결정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무리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과정이 매끄러운 것도 아니었다. 김두현도 염기훈도 오장은도,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수원의 한 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우리는 이제 도전자”라는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선수들 모두 같은 각오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악무는 근성도 보이지 않았다. 세련된 축구를 구사하는 것도 아닌데 딱히 투지도 보이지 않는다. 후반 중반 이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후에 보인 적극성을 내부적으로 생각해봐야한다. 후반에 투입돼 불도저처럼
이겼으나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경기다. 서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된다 했다. 수원이 새겨들을 말이다. 서정원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수원에서 칭찬받을 선수는 2만3767명이나 경기장을 찾은 열정적 12번째 선수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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