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K리그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전북현대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리턴매치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2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와 중국 슈퍼리그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전북으로서는 복수전이다. 지난 3월18일 중국 원정에서 1-3으로 패한 것을 갚아야한다. 석연치 않은 판정에 대한 미련도 날려버려야 할 경기다. 당시 전북은 1-2 상황에서 정인환이 완벽하게 동점골을 뽑아냈으나 이해할 수 없는 판정 때문에 땅을 쳤다. 골은 인정되지 않았고 흐름이 엉키면서 결국 1-3으로 패했다. 뿔난 최강희 감독은 “이런 식이라면 광저우를 이길 팀은 없다”는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 기다렸던 전북현대와 광저우의 리턴매치가 펼쳐진다. 모든 선수들의 각오가 뜨거우나 김남일은 특히 남다르다. 그래서 더욱 냉정해져야한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
최강희 감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수들이 전의에 불타고 있다. 특히 베테랑 미드필더 김남일의 각오는 남다르다.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서, 팀의 자존심을 위해서 리턴매치에서는 반드시 빚을 갚아줘야 한다는 마음가짐이다.
김남일에게 지난 광저우전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다. 그가 아시아 클럽대항전에 나선 것은 수원 소속이던 지난 2005년 이후 9년 만이었다. 게다 디펜딩 챔피언과의 원정이었으니 여러모로 부담이 됐던 경기다. 김남일도 “광저우와 붙어본 몇몇 선수들에게 경기가 제대로 안될 정도로 강한 팀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때문에 긴장을 하고 임했던 것이 사실”이라는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붙어본 광저우는 ‘넘사벽’까진 아니었다.
김남일은 “생각보다는 해볼 만했다. 결국에는 졌지만 우리가 특별히 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를 만나든지 우리만의 축구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광저우전에서도 전북은 전북다운 경기를 펼쳤던 것 같다”는 말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플레이에는 더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나 때문에 졌다고 생각한다.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솔직히 감독님을 볼 면목이 없다. 후배들에게도 미안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고참으로서의 책임감이자 승부욕을 향한 채찍질이다.
오랜만에 복귀한 ACL 무대에서의 아쉬움을 기억하고 있기에, 안방에서 열리는 리턴매치에 누구보다 뜨거운 피가 솟구칠 김남일이다. 아직은 서로 어색한 동료와 전주팬들에게 ‘역시 김남일’이라는 인상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크다. 김남일은 지난 3월29일 성남과의 K리그 클래식에 뛰지 않았다. 아예 엔트리에 없었다. 광저우전을 위해 배려한 최강희 감독을 위해서도 각오는 뜨겁다. 하지만, 더더욱 차가워져야할 김남일이다.
누구라도 흥분할 수밖에 없다는 광저우 원정이라지만 당시 전북 선수들은 침착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최은성 김남일 이동국 등 베테랑들이 경기 중 내내 냉정함을 호소했으나 쉽사리 제어되지 않았다. 전주에서의 경기도 초반에 골이 터지지 않는다면 흥분할 가능성이 적잖다. 결국 냉정함이 승부의 결정적인 키가 될
최강희 감독이 성남전에서 김남일을 아껴둔 것은 결국 이런 ‘조율’이 비중이 큰 경기임을 아는 까닭이다. 베테랑 김남일 역시 의도를 모를 리 없다. 승리에 대한 뜨거움은 가슴에 품은 채,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해져야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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