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와이번스 감독의 지도력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엔 베테랑 포수 조인성의 트레이드 요청설이었다. 구단은 서둘러 ‘사실무근’이라고 봉합에 나섰고, 이만수 감독은 한 술 더 떠 기자들 앞에서 “조인성을 믿는다”고 허세를 부렸다.
2012년 이만수 감독은 다른 팀 후배 감독으로부터 ‘도발’을 당했다. 이만수 감독의 투수교체에 드러내놓고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어느 종목보다 선후배간 규범이 분명한 야구계에서 후배감독의 이런 행동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당시 야구계에선 이만수 감독의 상대팀을 배려하지 않는 ‘몰 매너’, ‘과격한 세리머니’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였다.
이만수 감독은 1998년부터 2006년까지 9년 가까이 미국야구를 경험했다. 그것도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 보조코치로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다. 2006년 SK 수석코치로 금의환향했을 때 ‘이만수 향수’에 젖어 있던 많은 야구팬들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2012년 SK 지휘봉을 잡았을 땐 그가 펼칠 한 차원 다른 야구를 갈망하는 팬들의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준 야구는 불행하게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비상식적인 투수교체와 작전이 빈발하고 있다. 처음 감독이 됐을 때 내세웠던 메이저리그식 운영은 자취를 감췄다. 일부에선 ‘국적 불명의 야구’라고 폄하하고 있다. 가장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은 SK 선수들이다.
‘조인성 파동’이 왜 터졌을까. 단지 한 경기에서 당한 ‘수치심’ 때문이었을까. 이만수 감독은 겉으론 호방하고 털털해 보이지만 내면은 완벽주의자이면서 매우 권위주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만수 감독의 성격이 선수들에게 이질감을 주진 않았을까?
지난 해 FA 정근우가 SK를 떠났다. 정근우는 SK를 누구보다 사랑했던 선수다. 자신을 지명해준 팀이면서, 그곳에서 기량을 꽃피웠다. 하지만 정근우는 비슷한 액수를 제시한 친정팀 SK를 버리고 한화 이글스를 택했다.
‘조인성 트레이드 요청 파문’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제2, 제3의 조인성이 꿈틀거리고 있는지 모른다. 이만수 감독은 자신을 되돌아볼 때다. “조인성을 믿는다”는 일방적이고 대외 무마용 말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치유책을 찾아야 한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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