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아시아 최강 클럽을 가리는 AFC 챔피언스리그는 직접적으로는 참가하는 각 클럽들의 영예가 걸린 무대지만 이면에는 각 리그의 간접 비교도 펼쳐지는 공간이다. K리그 클럽이 J리그 클럽이나 슈퍼리그 클럽에게 패하면 괜스레 한국 축구가 일본과 중국의 그것에 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전해진다. A매치와는 다르지만 어느 정도 내셔널리즘이 가미된 응원이 펼쳐지는 이유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K리그 팬들이 15일 느꼈을 감정과 16일의 감정은 사뭇 달랐다. ACL에 참가하는 K리그 클럽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 포항이 ACL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K리그의 자존심을 살렸다. 포항다워서 더 반갑고 고맙고 자랑스러운 K리그 챔프의 ACL 질주가 더 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챔피언이자 FA컵 패자인 ‘시즌 더블’의 주인공 포항스틸러스가 조별예선 5경기 만에 ACL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포항은 16일 오후 일본 오사카 야마기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레소 오사카와의 ACL 조별예선 5차전에서 전반 이명주의 선제골과 후반 김승대의 추가골을 합쳐 2-0 완승을 거뒀다. 3승2무 승점 11점으로 단독 선두자리를 지킨 포항은 부리람(태국)과의 마지막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6강행을 확정지었다.
부담이 적잖았던 경기였음에도 포항다운 스타일을 잃지 않고 최상의 결과물을 얻었다. 황선홍 감독은 원정이지만 초반부터 강력하게 상대를 압박했다. 원정이지만 이겨야한다는 목적이 뚜렷했다. 전술의 핵 이명주를 중심으로 김승대 고무열 김재성 등 최근 페이스가 좋은 공격자원들이 쉼 없이 자리를 바꿔가면서 오사카 수비진을 괴롭혔다.
두 차례의 골 장면을 포함, 전반적으로 포항의 ‘스틸타카’는 일본에서도 통했다. 골을 넣은 뒤 그리고 상대의 퇴장으로 수적인 우위를 점한 뒤 다소의 안일함이 생겨 실수와 함께 몇 차례 위험한 장면을 연출했다는 것은 옥의 티지만 전체적으로 포항은 포항다웠다. 공격 시 후방에서 길게 공을 보내는 법 없었으며, 수비 시에는 모두가 앞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했다.
이날 승리로 포항은 2010년 이후 오랜만에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황선홍 감독으로서는 2012년과 2013년 거푸 조별리그에서 중도하차하는 아픔을 3수만에 털었다. 아직 호들갑을 떨 단계는 아니지만, 포항 팬들은 아마 ‘파리아스 매직’과 함께 아시아 정상에 올랐던 2009년의 재현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K리그 클래식과 FA컵 등 국내에서 들어 올릴 트로피를 모두 잡아본 황선홍 감독으로서도 ACL 트로피는 탐이 난다.
지난 시즌 ‘더블’을 달성한 포항이기에 올 시즌 ACL에서의 질주는 반갑고 고맙고 자랑스럽다. 복합적인 감정이다. 국내리그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팀이 ACL에서 다른 리그 팀에게 쉽게 쓰러진다면 K리그의 자존심까지 무너지는 셈이다. 더군다나 포항은 올 시즌에도 K리그 클래식 선두에 올라 있다. 리그의 자존심을 살려줘서 반갑고 고맙고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선수들로만 구성된 ‘토종 스쿼드’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인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ACL 우승을 노린다면 여름 이적시장에서 보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의 경기력은 외국인 선수 한 명 없이도 위풍당당이다.
16일 경기에서 오사카 선수들은 ‘포항 스타일’에 시쳇말로 말렸다. 전반 40분, 미나미노 다쿠미가 포항의 공을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발바닥을 들어 태클을 가하는 거친 파울을 범해 곧바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고의적이고도 악의적인 파울이었는데, 그만큼 짜증날 정도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만큼 포항식 티키타카는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척척 맞아 떨어졌다. 이대로 승승장구가 거듭된다면, 광저우가 우승을 차지하고도 ‘돈의 힘’이라 비하됐던 것과는 다른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포항뿐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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