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4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이 열린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는 흡사 알리안츠 아레나(바이에른 뮌헨의 홈구장)를 연상케 했다. 주인이 뒤바뀐 듯 보였다. 그라운드에서 볼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공격을 퍼부은 건 ‘홈팀’ 레알 마드리드가 아닌 ‘원정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최종 볼 점유율 36%-64%(전반 45분 26%-74%). 유럽의 거인끼리의 대결 치고는 너무 일방적이었다. 더욱이 홈 이점은 바이에른 뮌헨이 아닌 레알 마드리드가 갖고 있었다.
↑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으로서 안방에서 ‘선 수비 후 역습’ 작전을 구상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철저하게 승리만 계산한 그의 승부수는 통했다. 사진 제공=TOPIC/Splash News |
레알 마드리드는 햄스트링을 다쳤던 호날두가 돌아왔다. 베일이 감기 몸살로 벤치에 앉았지만 호날두의 복귀는 ‘천군만마’였다. 그는 14골로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 1위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의 선택은 ‘강공’이 아니었다. 2001-02시즌 이후 12시즌 만의 결승 진출을 위해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수비를 두껍게 하면서 뒷문을 강화했고, 호날두와 벤제마, 디 마리아를 활용한 빠른 역습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골문을 노렸다.
경기 시작 15분까지는 ‘하프 게임’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볼을 소유하며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를 뚫고자 했다. 리베리, 로벤, 만주키치 등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페페를 축으로 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는 단단했다. 유럽과 세계를 정복했던 바이에른 뮌헨의 창은 레알 마드리드의 방패 앞에 날카로움을 잃었다.
오히려 간간이 펼쳐지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이 훨씬 더 위협적이었다. 간결한 침투 패스로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 배후를 노렸는데 하나같이 날카로웠다.
선제 결승골도 역습에서 비롯됐다. 슈바인슈타이거의 슈팅을 몸으로 막아낸 레알 마드리드는 재빠르게 공격 작업으로 전개했다. 그리고 코엔트랑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벤제마가 골문 앞에서 차 넣었다.
벤제마의 골 외에도 전반 20분 호날두의 헤딩 슈팅, 전반 23분 디 마리아의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 노이어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26분 호날두와 전반 40분 디 마리아의 슈팅이 보다 정확했다면 1골차가 아닌 3골차 이상의 대승까지 가능했다.
경기 양상은 후반 들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격을 당한 바이에른 뮌헨은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은 굳게 잠겼다. 레알 마드리드는 흔들
볼 점유율을 내줬고 재미도 포기했다. 오로지 이기는 데만 집중했고 디펜딩 챔피언을 코너로 모는데 성공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1주일 뒤 원정 2차전에서 최소 비기기만 해도, 아니 1-2 이상의 1골차 패배를 해도 결승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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