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양상문 체제로 새 출발한 LG 트윈스가 의미 있는 첫 승을 거뒀다. 꼬였던 실타래가 한 번에 풀리는 듯하다. 첫 선을 보인 ‘양상문표’ LG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마치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지만 강렬했다.
양상문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지난 13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LG는 ‘깨끗하고 독하게’ 롯데를 몰아쳐 5-0으로 이겼다. 첫 경기부터 양 감독이 밝힌 야구 철학 그대로였다. LG 선수들은 집중력을 살려 찬스에 강했다. 군더더기 없는 경기력으로 자신감까지 회복하는 성과를 냈다.
↑ LG 트윈스 선수들이 양상문 감독 체제로 맞은 첫 경기에서 완승을 거둔 뒤 조용히 그라운드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양 감독은 이날 경기서 조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어둡고 진지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을 지켰다. 이날 경기 전 예고한 대로 어떤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팽팽한 투수전의 균형을 깬 10년 만에 나온 최경철의 선제 솔로포에도 흔들리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
양 감독은 9회초 봉중근의 깔끔한 마무리로 경기가 끝나자 비로소 더그아웃에서 한 걸음 나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얼굴 표정에서는 1승 그 이상의 환희를 느낄 수 없었다. 경기 후에도 양 감독은 “1승보다 자신감을 얻은 것이 소득”이라며 “한 걸음씩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양 감독은 첫 경기부터 평정심을 유지하며 선수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양 감독의 밑그림은 어느 정도 드러났다. 베스트 라인업의 확고한 의지와 믿음의 야구를 엿볼 수 있었다. 8회 오지환을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인 결과는 쐐기 안타였다. 이날 앞선 타석에서 무기력했던 오지환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한 번의 추가 찬스였다. 박용택의 톱타자 복귀도 성공적이었다. 박용택은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으로 리드오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3타수 2안타 2타점을 때려낸 조쉬벨도 깔끔한 해결사였다. 투수 교체 타이밍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무실점 경기를 완성했다
LG가 달라졌다. 오히려 지난해와 비슷한 경기력이 나타났다. 양 감독이 노렸던 결과다. LG가 그토록 갈망했던 공‧수, 투‧타 밸런스가 맞아떨어졌다. 안정을 찾은 LG의 저력은 충분히 무섭다. 첫 걸음을 뗀 양상문호가 반등의 시동을 걸었다. 프로야구 판도에 신(新)바람을 불어넣을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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