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이상철 기자] 산소 탱크라 불렸고, 두 개의 심장을 가졌던 사나이가 빅 버드를 마음껏 누볐다.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박지성은 박지성이었다. 헌신과 투지 등 박지성을 상징하는 그의 모든 걸 보여줬다.
에인트호벤의 코리아투어 첫 번째 경기, 수원 삼성전에 박지성이 나섰다. 베스트11에 포함된 그는 에인트호벤의 중원을 책임졌다. 브로엣, 힐리에마르크와 함께 미드필드 중앙에 배치된 그는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면서 기회가 날 때마다 적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 박지성이 2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에인트호벤의 코리아투어 첫 번째 경기에 출전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사진(수원)=김영구 기자 |
그의 발끝을 떠난 에인트호벤의 공격도 퍽 날카로웠다. 특히, 빅클럽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벨기에 출신 18세 윙어 바칼리와의 호흡이 좋았다. 전반 19분과 전반 21분 바칼리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수원의 골문을 위협했다.
박지성은 프로였다. 박지성은 경기 전 “앞으로 현역을 뛰는 모습을 보여줄 시간이 많지 않았다”라며 이번 경기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를 나타냈다. 축구팬도 아쉽지만 그 역시 아쉬울 터다. 친선경기였지만 설렁 뛰는 일은 없었다. 그 다부진 각오대로 뛰고 또 뛰었다. 전반 25분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등 나름 골 욕심도 냈으나 빅 버드에서의 세리머니는 펼치지 못했다.
박지성은 이날 경기에서 51분을 소화했다. 후반 6분 누어와 교체 아웃됐다. 이틀 뒤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 FC와의 코리아투어 두 번째 경기를 남겨놓고 있어 애초 풀타임 출전은 힘들었다. 전반 45분만 뛰고 교체 아웃될 것이라는 예상보다 길었
길지 않은 시간이었으나 박지성은 현재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다. ‘선수’ 박지성으로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하얗게 태우고자했던 불꽃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이를 알기에 빅 버드를 찾은 관중은 그라운드를 떠나는 그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리고 그의 응원가인 ‘위송빠레’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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