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친구지만 승부는 해야되고….”
12세이브를 올리며 일본 진출 첫 해 센트럴리그 구원 단독 선두로 올라섰지만 오승환(32·한신)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바로 1023일만에 동갑내기 친구인 이대호(32·소프트뱅크)와의 맞대결 결과 때문이었다.
24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야후오크돔에서 둘은 만났다. 전날 경기에서는 6회 이대호가 쏘아올린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소프트뱅크가 이기는 바람에 오승환이 등판하지 않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신은 초반부터 소프트뱅크를 몰아붙이며 역전에 성공 근소한 리드를 유지했다. 경기가 종반으로 흘러가면서 득점없이 양팀의 공방이 계속되면서 오승환의 등판 가능성은 높아졌고, 자연스레 이대호와의 맞대결 성사 여부에 반응은 뜨거워졌다. 이미 한신과 소프트뱅크의 교류전이 열리기 전부터 둘의 맞대결은 일본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던 상황.
↑ 오승환도 인간이었다. 한국에서 유독 약했던 이대호와의 24일 일본 첫 맞대결에서 안타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다시 돌부처로 돌아왔다. 결국 12세이브를 올리며 구원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일러스트=이주영 기자 |
주자가 있는 상황이어서 오승환은 신중했다. 초구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지만 이후 연거푸 볼 2개를 던졌다. 볼카운트가 이대호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오승환은 변화구 승부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대호는 오승환의 4구째 들어온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전안타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이대호는 오승환에게 강했다. 3개의 홈런 포함 25타수 8안타(0.320)를 기록했다. 오승환도 “대호가 장타를 노리고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고, 나도 장타를 조심하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역시 잘치더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한국에서도 천적이었던 이대호를 일본에서도 어쩌지 못한 것이다. 돌부처라는 별명과는 다르게 인간다운 향기가 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역시 오승환은 오승환이었다. 역전주자까지 나간 상황이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병살보다 한 타자씩 잡는다고 생각하고 피칭을 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후 세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팀 승리를
이날 투구가 만족스럽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이대호한테 안타를 맞아서가 아니었다. 1점차 리드에서 무사 1,2루 위기를 자초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승환은 “오늘 경기를 잘 되돌아봐서 다음 경기를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오승환이 오랜만에 인간다운 모습과 돌부처와 같은 모습을 모두 보인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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