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키 좀 키워달라고 아우성이다.
너나없이 피곤한 2014시즌의 딱한 투수들. 높은 공 하나씩만, 낮은 공 하나씩만, 스트라이크존이 키 크기를 바란다. 얻어맞을 각오로 던져야하는 살짝 높은 공을 던지겠다고? 아니, 그 존을 잡아줘야 한칸 위 ‘헛스윙존’이 돌아온다.
↑ 볼판정은 항의할 수 없지만, 올해 투수들이 마운드위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15일 잠실 LG전, SK 선발 고효준이 양호했던 제구력으로도 대량실점한 뒤, 잠시 구심에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애매한 공이 자주 보일 만큼, 올해 타자들 잘 참는다. 결국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오는 유인구에도 잘 안 속는다. 이렇게 깐깐해진 타자의 스윙존은 투수들을 답답하게 한다.
“헛스윙존이 사라지니 승부처에 넣을 공이 가운데 밖에 없다”는 하소연. 심판도 짜고 타자도 짜니, 코너워크로 배트를 유인할 능력이 못 되는 게 아니라, 상황이 안된다는 항변이다.
수준 떨어졌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기에 가장 억울해 보이는 올시즌 마운드의 기록은 볼넷이다. 무시무시한 타자들에게 피안타, 피홈런, 자책점, 실점, 경기당 타석수 등 거의 전부문 기록에서 지난해보다 훌쩍 늘어난 수치로 융단폭격을 맞고 있는 올해 투수들이지만, 16일 현재 타석 당 볼넷은 지난해 수준(0.10개). 거의 안 늘었다. 삼진도 거의 안 줄었다(타석 당 0.16개). 볼넷/삼진 비율은 비슷하게 유지됐다. 컨트롤이 엉망이어서 한결같이 몰리는 게 아니라 “요즘 같은 타자의 스윙존에 맞서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기 힘든 투수들이 승부마다 빡빡한 스트라이크존에 어쩔 수 없이 넣고 있고, 정타를 더욱 많이 맞고 있다”는 게 투수코치들의 주장.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벼랑끝 승부의 장이라
15일 잠실 SK전에서 LG 백창수가 때려낸 만루홈런은 벌써 시즌 20호. 아직 절반 이상의 시즌이 남은 260게임 만이다. 지난해 만루홈런은 576경기에서 20개였다.
9개 폭풍타선이 휘몰아치는 2014시즌, 만루 상황이 워낙 많았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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