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신문로) 이상철 기자] 홍명보 감독이 사퇴했다.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다. 사퇴 의사만 공식적으로 밝힌 건 세 번째였고 더 이상 대한축구협회도 홍명보 감독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오전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한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다.
지난 3일 홍명보 감독을 재신임한다는 대한축구협회의 유임 결정을 뒤엎는 사퇴였다. 1주일 만에 손바닥 뒤집듯, 이렇게 쉽게 결심을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홍명보 감독이 사퇴 의사를 피력한 건 처음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 공식적으로 의사를 타진한 건 이번까지 세 번이었다. 브라질월드컵을 마친 후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했고, 지난 2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면담에서 재차 의사를 밝혔다.
↑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30일 귀국 후 열흘 동안 복잡한 심경을 겪었다. 최종적으로 3번의 사퇴 의사를 피력한 끝에 옷을 벗었다. 사진(서울 신문로)=옥영화 기자 |
홍명보 감독은 “아시안컵까지 6개월이 남았는데 새로운 감독이 와 새로운 팀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다. 그 동안 함께 했던 선수들도 눈에 밟혔다. 내 계약(2015년 6월까지)도 아시안컵까지였기에 그 대회까지 책임을 다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브라질월드컵의 아쉬움을 아시안컵에서 씻겠다던 홍명보 감독은 돌연 태도를 바꿨다. 사퇴로 다시 마음을 굳혔다.
그 사이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월드컵대표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토지 구매, 회식 등 새로운 논란거리가 생겼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결국 물러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보다 자신의 지도력 부족 논란이 결정적인 사퇴 이유라고 해명했다. 오랜 시간 곰곰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는데, ‘실패한 감독’이 더 이상 맡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홍명보 감독은 “반성의 시간을 가진 후 최종적으로 사퇴 결심을 했다. 물론 언제든지 사퇴 의사를 밝히고 떠날 수 있었다. 그러나 끝까지 비판을 받은 뒤 떠나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아시안컵까지 남은 6개월을 내가 잘 끌고 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지난 1년도 못한 내가 앞으로 6개월 동안 잘 할 수 있을까. 국가대표로서 24년간 정체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면이 있다. 내 역량이 부족했다. 내 능력으로 아시안컵을 치르는 건 무리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
홍명보 감독은 유임과 사퇴를 반복한 것에 대해 개의치 않아했다. 홍명보 감독은 “사퇴와 유임은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 반성이었고 그게 중요한 시간이엇다”라며 “아시안컵을 통해 명예회복을 하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축구를 통해 얻은 명예가 축구로 인해 떨어져도 전혀 상관없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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