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서민교 기자] 하늘도 울고 야구팬들도 울었다. 비로 젖은 올스타전은 역대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며 그 화려한 막을 내렸다.
17, 18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올스타전. 장맛비의 영향으로 짓궂은 날씨 탓에 올스타전 역사상 최초로 퓨처스-프로야구 올스타전 더블헤더로 진행됐다.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이벤트를 준비한 올해 올스타전은 비로도 막지 못한 웃음과 감동이 있었다.
↑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올스타전" 이스턴리그(삼성, 두산, 롯데, SK)와 웨스턴리그(LG, 넥센, NC, KIA, 한화)의 경기서 박찬호가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광주)=옥영화 기자 |
올스타전의 의미는 단순한 경기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팬들을 위한 서비스를 위해 마련된 별들의 잔치.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할 수 있는 축제가 바로 올스타전이다. 경기는 일방적으로 끝났지만, 올스타전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춘 역대급 이벤트였다.
올스타전에 앞서 펼쳐진 식전 행사로 팬들은 마음껏 웃었다. 퓨처스 올스타전은 경기 도중 우천 취소되면서 아쉬움을 남겼으나 번트왕, 퍼펙트피처, 홈런레이스 등 다양한 이벤트로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선수들도 성적 부담을 내려놓고 올스타 무대를 즐겼다.
충분히 웃은 팬들은 이제 감동을 느낄 차례였다. 이날 메인 이벤트는 사실상 경기에 앞서 진행된 ‘국민 영웅’ 박찬호의 은퇴식. 성대하게 치러진 이날 은퇴식은 영웅의 마지막 가는 길을 빛내기 충분한 감동을 선사했다.
박찬호는 깜짝 시포자로 나선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녹슬지 않은 시구 실력을 뽐내며 등장했다. 이어 프로야구 최고의 후배들의 축하 세리머니를 받았다. 박찬호는 이례적으로 아내와 두 딸 등 가족을 동반해 의미를 더했다. 은퇴식 이후 팬들 앞에서 감격적인 은퇴 소감을 전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내와 두 딸도 함께 울었고, 팬들도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 1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올스타전" 이스턴리그(삼성, 두산, 롯데, SK)와 웨스턴리그(LG, 넥센, NC, KIA, 한화)의 경기, 웨스턴 박병호가 클리닝타임 때 박주상 어린이의 그라운드 체험을 도와주고 있다. 사진(광주)=옥영화 기자 |
박병호는 투수로 변신해 박군에게 공을 던졌고, 박군은 배트를 힘껏 휘둘러 공을 쳐냈다. 박병호는 박군의 손을 잡고 1루까지 함께 뛰었다. 그 사이 공을 건네받은 1루수 호르헤 칸투(두산 베어스)는 박군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베이스를 늦게 밟아 안타를 완성시켰다.
박병호와 칸투는 박군과 안타 세리머니를 하며 팬들에게 인사를 했고, 긴장을 풀지 못했던 박군도 손을 번쩍 들어 관중석을 향해 흔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챔피언스필드를 가득 채운 팬들도 그 어떤 박수보다 더 뜨거운 성원을 보내며 박군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박군의 손을 잡아준 박병호는 시원한 홈런 두 방을 터뜨리며 희망을 쐈고, 칸투도 9회말 홈런포로 아름다운 아치를 그려냈다.
이날 올스타전 행사가 모두 끝난 뒤 비가 갠 광주 하늘에 터진 불꽃쇼는 그 어느 올스타전보다 아름다운 색으로 환하게 빛났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