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20번째 K리그 올스타전의 테마는 ‘히딩크 괴롭히기’였다. K리그의 별들은 약속이나 한 듯 히딩크 감독의 속을 타게 만들었다. 과거 자신들이 당했던 걸 10년이 지나서야 되갚은 것인데 ‘야심찬 복수 프로젝트’는 잔인하기보다 꽤 유쾌했다. 그러나 의도한대로 ‘성공’하지는 못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 나섰던 히딩크호의 일원들은 일찌감치 선전포고를 했다. 적은 출전 기회에 불만을 품었던 최용수 서울 감독은 K리그 올스타전에서 주심으로 변신하는데, 히딩크 감독에게 ‘레드카드’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한일월드컵에서 뛸 기회를 너무 안 줬기 때문인 게 그 이유였다.
↑ 김병지는 히딩크 감독 앞에서 드리블 솜씨를 뽐내며 히딩크 감독을 당혹케 만들려 했지만 미완에 그쳤다. 사진(상암)=옥영화 기자 |
김병지에겐 가슴 아픈 기억이나 이제는 즐거운 추억이다. 개인 SNS를 통해 “오늘 올스타전에서 다시 한 번 더 깜짝 놀라게 하겠다”라는 글을 올려, 히딩크 감독에게 그 당혹감을 다시 한 번 안기겠다는 선언했다.
순수하게 애제자 박지성의 마지막 경기를 지휘하기 위해 방한한 히딩크 감독으로선 때 아닌 봉변일 터다. 2년 전 K리그 올스타전에서는 히딩크 감독을 힘들게 했던 ‘돌발행동’은 없었다.
하지만 이벤트 경기인 K리그 올스타전을 더욱 즐길 수 있게 만든 요소였다.
판은 김병지가 먼저 깔았다. 틈틈이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나가려고 시동을 걸었던 김병지는 전반 25분 때가 왔다고 판단했는지 과감하게 드리블을 치고 나갔다. 하지만 멀리 못 나가고 김두현(수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그의 공격본능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전반 37분에는 코너킥 기회가 오자 공격에 가담해 헤딩 슈팅까지 날렸다. 히딩크 감독이 노여워하지 않게 미리 손을 들어 양해를 구한 끝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수비수의 방해 없이 시도한 노마크 헤딩 슈팅은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 최용수 감독은 과감하게 카드를 꺼냈으나 히딩크 감독에게 레드카드를 주지는 않았다. 사진(상암)=옥영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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