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베이징 올림픽 때 잘 던졌던 선수 아닌가?”
류현진은 자신의 선발 맞상대 와다 츠요시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6년 전 베이징에서 와다는 한국전 선발로 등판, 6 2/3이닝동안 10개의 탈삼진을 뺏으며 단 2점만을 내주는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한국 타자들은 7회 이대호가 2점 홈런을 치기 전까지 그를 공략하지 못했다.
그때 류현진이 지켜봤던 그 일본인 투수가 6년 만에 상대 선발로 돌아왔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두 번째 한일대결이 임박했다.
↑ 5일 휴식을 취한 류현진이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13승 도전에 나선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조미예 특파원 |
시카고 컵스 vs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8월 3일 오전 10시 10분(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 로스앤젤레스
상대 선발: 와다 츠요시
선발 순서를 조정,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를 4일 휴식 뒤 등판시켰던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에게는 예정대로 5일 휴식을 줬다. 지난 샌프란시스코전과 마찬가지로 여유 있게 준비 기간을 갖고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팀은 웃지 못했다. 컵스와의 시리즈 첫 경기에서 크게 지면서 6연승 흐름이 끊겼다. 아드리안 곤잘레스, 야시엘 푸이그도 경기 도중 부상으로 교체돼 이날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위닝시리즈를 위해서는 2차전 승리가 절실하다. 류현진 홀로 경기를 이길 수는 없지만, 이길 수 있게 도울 수는 있다. 그의 책임이 막중하다.
3연승의 상승세 류현진의 최근 흐름은 아주 좋다. 지난 샌프란시스코 원정에서 6이닝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2승을 기록했다. 7월 14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3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성적은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37(19이닝 5자책). 피안타율은 0.186에 그쳤고, 22개의 삼진을 잡는 동안 볼넷은 2개만 내줬다.
상승세의 중심에는 업그레이드된 슬라이더가 있다. 클레이튼 커쇼에게 그립을 배우고 그의 동작을 연구해 강화했다는 슬라이더는 확실한 주 무기로 자리매김했다. 류현진은 여기에 기존의 주 무기인 체인지업의 위력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는데, 이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 컵스는 팀 성적과 타격은 저조하지만, 장타력 하나만큼은 무서운 팀이다. 사진(美 로스앤젤레스)= 조미예 특파원 |
10승의 기억 류현진은 컵스를 상대로 한 차례 격돌했다. 지난해 8월 3일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 5 1/3이닝 11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시즌 10승을 돌파했다.
이번 시즌 류현진은 중부 지구 팀을 상대로 5경기에 나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3.78(33 1/3이닝 14자책)을 기록했다. 홈에서는 신시내티, 피츠버그, 세인트루이스와 격돌했고, 2승 1패를 기록했다.
터지면 무섭다 컵스는 2일 경기 전까지 팀 타율 내셔널리그 13위(0.239), 출루율 14위(0.299)를 기록하며 타격 부문에서 하위권을 기록했다.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으니 장타율이다. 0.382로 내셔널리그 6위다. 2루타 9위(182개), 3루타 5위(23개)다. 홈런은 어떠한가. 99개로 내셔널리그 4위에 올라 있다. 내셔널리그 홈런 부문 2위에 올라 있는 앤소니 리조(25개)를 비롯해 마이크 올트(12개), 스탈린 카스트로(11개) 등 거친 바람 부는 리글리 필드에서 단련된 장거리포들이 즐비하다.
한일 대결 이날 경기는 한국과 일본 양 국가를 대표하는 투수의 맞대결로 관심이 뜨겁다.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공중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류현진은 지난해 6월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한 차례 한일대결을 벌였다. 당시 상대는 구로다 히로키로, 6 2/3이닝 2실점한 구로다가 6이닝 3실점한 류현진에게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까지 포함, 메이저리그에서 한국과 일본 양 국 투수가 맞대결을 벌인 것은 모두 8차례 있었다. 2000년 4월 5일 박찬호(LA다저스)가 이라부 히데키(몬트리올)와 맞대결을 벌여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서재응, 김선우, 김병현 등이 한일 대결을 벌였다.
↑ 와다 츠요시는 우여곡절 끝에 이번 시즌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뤘다. 사진(美 로스?玭뭍뭣�= 조미예 특파원 |
늦깎이 신인 2003년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프로 데뷔한 와다는 9시즌 동안 107승 61패 평균자책점 3.13의 성적을 기록한 뒤 2012년 볼티모어에 입단했다.
미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입단 직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2년의 세월을 허송세월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그는 트리플A 아이오와에서 19경기에 나서 10승 6패 평균자책점 2.77의 좋은 성적을
와다는 경기 전 일본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메이저리그에서는 내가 신인이기 때문에 도전하며 한 수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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