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전문기자] 벌써 악명이 자자하다. “김성근 감독보다 더 하다”고들 아우성이다.
지난해 10월, 선수 유니폼을 벗자 마자 2군 감독으로 파격 선임됐던 박경완 SK 퓨처스 감독은 독하게 훈련시키고 냉정하게 가려 쓰는 강성 사령탑으로 일찌감치 분류됐다.
김성근 감독(고양원더스)이 믿었던 포수고, 조범현 감독(KT)이 키워낸 제자다. 이 스타일을 예상은 했지만, ‘누구보다 더하다’는 소리부터 들을 것 까지야.
“지금 우리 선수들을 김성근 감독님 밑에 데려다 놓고 제가 과거가 되면, 반드시 다른 말이 나올 겁니다. ‘박경완이 좋았어’라고…”
그렇다. 선수들에겐 ‘지금 이 순간’, 오늘이 가장 힘들다.
↑ 박경완 SK 퓨처스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게 현재의 기량 만큼 ‘열정’을 독려하고 있다. 사진(송도)=김재현 기자 |
퓨처스팀의 수장으로서 박감독이 선수들을 보는 최우선의 기준은 ‘현재의 기량’ 보다 ‘열정’이다. 지금 당장보다 앞으로 도달할 기량이 중요한 퓨처스 선수들. 박감독은 그들이 성취해낼 ‘미래의 기량’은 열정이 가장 크게 좌우한다고 믿는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들어온 어린 선수들에게 축하 대신 건네는 환영사는 “프로팀 입단은 목표가 아니라 시작”이라는 충고. 열달의 독한 채근 끝에 박감독은 벌써 “임상 결과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량은 좀 부족했지만 열정이 있던 선수들이 반년만에 실력에서 앞서 있던 동료들을 역전하는 걸 보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번씩 선수들을 모아놓고 한시간 남짓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아무래도 ‘감독님 훈화시간’일 것 같은데, 박감독의 뜻은 서로의 간격을 좁히는 ‘밀착 토크’다. 경기 복기도 하고, 야구 얘기, 사람 얘기도 한다. 내내 듣기만 하던 선수들이 한두명씩 입을 떼면서 감독의 연설 속에 제법 대화가 섞인다. 박감독은 “선수들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변화가 더 많이 보이기 때문에 선수들과의 대화가 좋다”고 말한다.
낮경기를 뛰는 퓨처스 선수들에게 살인 무더위는 고통과 고행이다. 아무리 악독한 감독이라도 야간 훈련까지 몰아대기는 힘들어진 요즘이다.
7월말 들어 훈련을 슬금 줄여주고, 마지막 주에는 야간 훈련을 하지 않았다. 어라, 7월 막판 2주 동안 SK 퓨처스는 5승1패. 내내 힘들던 5할 승률에 ‘-1’까지 다가섰다. ‘닥치고 훈련’ 모드였던 박감독은 이제 “잘하면 풀어줘야지”를 생각하게 됐다.
“선수들이 이렇게 저에게 ‘자율야구’를 가르쳐야죠.”
코치를 건너뛰고 퓨처스 감독으로 파격 선임된 그에겐 선수들과 부딪히고 주고 받는 깨달음이 가장 중요한 스승이다.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지만, 단언해 본다. ‘SK 퓨처스 선수들이여. 여러분은 ‘박경완’을 바꿀 수 있다.’
↑ 박경완 SK 퓨처스 감독은 지난달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첫 참가했다. 사진(광주)=한희재 기자 |
“밤에 아주 잘 자고, 아침에도 잘 일어납니다.”
근 20년 야간경기 체질이 반년만에 싹 바뀌는 곳. ‘하면 되고, 안되면 되게 하는’ 마성의 퓨처스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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