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이럴 줄 몰랐다. 후반기가 시작된 지 채 한 달이 못돼 프로야구는 곳곳에서 예측 불허의 싸움 판에 휘말리고 있다. 전반기 끝에서는 설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전개. 4위 싸움, 타이틀 싸움, 합의판정 경쟁까지… 코앞의 변화를 장담하기 힘든 몹시 궁금한 싸움들이 벌어지고 있다.
↑ 롯데는 후반기 21경기서 0.238(5승16패)의 믿기 힘든 ‘바닥 승률’로 추락하면서 4위 싸움을 일대 혼란으로 만든 ‘설계자’가 되고 말았다. 지난 주말 잠실 두산전서 2연패한뒤 힘없는 롯데 선수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17일 현재, 3위 NC와 4위 롯데의 승차는 10게임. 그러나 4위 한자리를 놓고 혈투중인 5개팀, 4위 롯데부터 8위 SK까지의 승차는 2게임이다. ‘움찔움찔’로도 순위가 급변할 만큼 찰싹 들러붙어 있다.
“올해는 4위 경쟁팀들이 제일 약한 것 같다”는 말은 딱히 농담이 아니다. 전반기 4, 5, 6위팀이었던 롯데, 두산, KIA는 후반기 한달동안 모조리 승률 3할대 초반을 밑돌았다. 이들 중위권 세팀의 기록적인 ‘동반몰락’ 레이스가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던 기록적인 4위 싸움을 만들어냈다.
4위 근처에만 가면 마치 블랙홀에 빨려드는 듯한 함몰 페이스가 나오는 것도 기괴한 현상. ‘7월의 분전’으로 8위에서 치고 올라왔던 LG도 막상 4위권과 승차를 다 따라잡고 나자 기세가 꺾였다.
개막전 예상은 빗나가도 크게 민망하지 않다. 그러나 전반기가 끝나고 4위 최종승자를 롯데로 예상했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달동안 벌어진 충격적인 순위 상황에 말문이 막히고 있다.
이 싸움의 승자가 더욱 예측하기 힘든 것은 지금 4위 경쟁팀들의 전력이 저마다 미덥지 못하다는 데 있다. 다들 부족해 보여서 더 점치기 어렵다는 평. 남은 게임수와 일정은 그나마 두산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마운드는 4강 전력이 아니다.
◆ 다관왕, MVP 싸움.
넥센의 집안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는 다관왕과 MVP 경쟁 역시 안개정국이다. 기록과 기록이 맞부딪히면서 누구의 독주도 허용하지 않는 부지런한 레이스가 펼쳐지고 있다.
현재 다승과 탈삼진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밴헤켄은 14경기 연속 선발승의 감투 기록을 완성했다. 넥센의 남은 27경기에서 무사히 20승을 달성하는 게 중요하다. 평균자책점 타이틀까지 따낸다면 상당히 유리해질 전망.
역대 최고 숫자의 어마어마한 기록으로 장타율 타이틀이 유력한 ‘유격수 최다 홈런타자’ 넥센 강정호는 현재 타점도 1위에 올라있다. 출루율 타이틀 역시 노려볼 만 하다.
승부처가 되고 있는 경쟁은 홈런이다. 2년 연속 MVP 박병호가 휘두르고 있는 40홈런 페이스에 뚝심있게 ‘맞장’ 뜨고 있는 강정호다. 3, 4관왕에 만약 홈런 타이틀이 섞인다면, ‘결정적 한방’이 될 수 있다는 평.
최종 승자를 점치기 힘든 싸움. 한가지 확실한 건, 패한 스타의 성적표는 두고두고 안타까울 전망이다.
↑ 역대 최고 기록의 장타율 타이틀이 유력한 넥센 강정호는 타점도 1위에 올라있다. 출루율과 홈런에서도 무서운 기세를 뽐내고 있어 팀내 라이벌 박병호를 능가하는 타자 다관왕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주에도 목동과 광주에서 홈런 페이스를 이어나갔다. 사진(목동)=한희재 기자 |
굳이 이렇게까지 따져보려고 도입한 제도는 아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명백한 오심의 시정보다 ‘부가효과’가 짐짓 더 세다.
‘30초룰’ ‘10초룰’에 허둥대던 각팀 벤치들이 소위 ‘몸이 풀리면서’ 챌린지를 이용하는 다양한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3일 두번의 합의판정 성공으로 역전을 만들었던 SK 경기나, 17일 합의판정으로 결승타점을 뽑았던 두산 경기나 번복된 판정들은 모두 상당한 접전 승부였다.
그러나 최초의 취지가 무엇이었든, 일단 비디오 판독에 의한 합의판정 제도가 도입된 이상, 법은 법대로. ‘거의 동타임’ 상황도 ‘초슬로비디오’로 가려내야 하고, 과거 ‘오심 논란급’의 범주가 아니었던 판정도 번복될 수 있다.
챌린지로 결정적인 점
가장 억울한 판정 때보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두번의 합의판정 신청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는지... 벤치들의 진짜 치열한 수싸움은 번복 결과보다, 신청 타이밍 싸움이 되고 있다.
[chicle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