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원익 기자] “아직도 당시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이 생각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야구 금메달을 획득한 8월 23일 ‘야구의 날’을 맞이하여 다양한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당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던 대표팀의 감독이자 현 NC 다이노스의 김경문 감독은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참여했다. 23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시원하게 얼음물을 뒤집어 쓴 김 감독은 원칙대로 3명의 인원을 지목했다. 모두 김 감독에게 뜻 깊은 인물이었는데 특히 2명은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된 인사였다.
↑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 신화를 떠올렸다. 사진=MK스포츠 DB |
김 감독이 꼽은 3명은 다름 아닌 경창호 전 두산 베어스 사장, 하일성 KBS N 해설위원, 삼성의 진갑용이었다. 김 감독은 “이만큼 감독을 하게 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나를 믿어 준 경창호 전 두산 사장님 덕분이다”라며 “나도 뒤에서 그만큼 노력을 했지만 내세울 것 없던 나를 믿고 기회를 줬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고마운 마음을 늘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제일 먼저 지목을 하면서 이 기회로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며 경창호 전 두산 사장을 지목한 배경을 설명했다.
나머지 2명은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금메달의 신화를 이뤄냈던 2008 베이징 올림픽과 관련된 인물들이었다. 23일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날이라는 설명을 취재진으로부터 들은 김 감독은 “벌써 날짜가 그렇게 되나. 매일 승차만 생각하고 살다보니 날짜를 몰랐다”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한가득 지었다.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김 감독이었지만 당시의 기억은 잊지 못했다. 김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가 우승은 했지만 사실 우여곡절이 많았다. 특히 당시만 해도 올림픽은 개인 종목에 특화돼 있고 단체스포츠에 적합하지 않아서 시설이나 선수촌도 그렇고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김 감독은 “그래서 하일성 총장(현 해설위원)이 당시에 고생을 많이 했다. 거기서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함께 여러모로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며 하일성 KBS 해설위원을 지목한 배경을 밝혔다. 아련한 표정이 된 김 감독은 “그래서 더 당시 멤버들과의 그때의 고생을 못 잊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야구의 날’을 맞아 베이징올림픽 신화를 회상한 두산의 김현수는 2006년 신고선수로 입단한 자신을 2007년부터 주전, 이어 2008년 대표팀 멤버로 뽑아준 김 감독을 떠올리며 ‘평생의 은인’으로 꼽기도 했다. 특히 일본과의 예선전 2-2인 9회 초 2사 1루에서 일본의 부동의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를 상대로 자신을 대타로 내세운 김 감독의 기억을 잊지 못했다. 당시 김현수는 이와세에게 결승 적시타를 때렸는데, 이것은 그에게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자신감의 원천이자 커다란 밑거름이 됐다고.
김현수의 이런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 감독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 당시만 해도 잘할 수 있을까 정말 걱정이 많았다”면서 “우리 선수들은 대표팀에 모이면 선배들을 위시해서 선수들이 어느팀보다 더 잘 뭉친다”며 당시 선수들의 단결력을 칭찬했다.
김 감독은 “선배들은 후배들의 잘 마음을 잘 읽고 보듬어 줬고, 후배들은 그런 선배들을 잘 보필해 열심히 했다”면서 “정말 잘 뭉쳐있어서 ‘내가 이걸 그르치면 안되겠다’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많이 했었다. 당시 선수촌을 도는데 시간이 꽤 걸렸는데 매일 경기 전에 거길 돌면서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며 당시의 간절했던 마음을 떠올렸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 대상으로 지목받고 나서 떠올린 마지막 1명의 인물도 당시 대표팀 주장을 맡아 선수들을 잘 이끌어준 진갑용이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마치고 3명을 지목한 후에야 8월 23일이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딴 날임을 인지한 김 감독은 그 공교로움 속에서 당시의 추억을 연신 떠올리며 감회에 젖었다.
김 감독은 “좋은 일이니까 기분 좋게 동참했다. 그동안 야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뜻하지 않은 기회를 통해 감사한 분들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한국야구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웠던 떠올린 김 감독의 마음은 이처럼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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