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제주에겐 지독한 징크스가 하나 있었다. ‘서울 징크스’, 서울만 만나면 유독 힘을 못 썼다. 2008년 8월 27일 이후 19경기 연속 무승(7무 12패)이다. 이번엔 징크스를 깨겠다고 각오를 다졌으나 제주가 원한 결과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 징크스가 길어질수록 속이 타들어가는 박경훈 감독이다.
31일 서울과 맞대결을 앞두고 박경훈 감독도 ‘채찍’을 들었다. 박경훈 감독은 “6년 넘게 못 이기는 건 과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프로축구선수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내가 현역으로 포항제철에서 뛸 때는 ‘라이벌’ 대우전을 앞두고 마음가짐이 달랐다. 잠들기 전에 유니폼과 축구화를 머리맡에 두고 잘 정도였다. 그만큼 투지와 정신력을 다졌다. 감독이 이기고 싶은 바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선수들이 이기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제주에겐 중요한 한판이었다. 5위에 올라있으나 6위로 미끄러질 수 있었다. 더욱이 서울에게 또 패할 경우, 7위로 추락할 수 있다. 6위와 7위는 하늘과 땅 차이다. 상,하위 스플릿의 마지노선이다.
↑ 제주는 서울 징크스 탈출을 꿈꿨지만 6년 넘게 그들을 괴롭힌 징크스를 깨기란 쉽지 않았다. 사진(상암)=김재현 기자 |
이날 승점 3점을 따면, 제주는 7위 서울에 승점 7점차로 달아날 수 있었다. 징크스 탈출과 함께 놓칠 수 없는 ‘당근’이었다.
박경훈 감독은 “서울이 FA컵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올랐다. 최근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누군가 그 기세를 꺾어야 하는데, 제주가 이기면 더 이슈가 되지 않겠냐”라며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혹시나는 역시나였다. 제주는 이번에도 서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서울 선수들은 제주만 만나면 패하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좋은 징크스는 유지해야 한다”라던 최용수 감독의 발언대로 서울의 자신감 넘치는 수비는 제주의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제주는 ‘윙어’ 드로겟을 최전방에 세우면서 발 빠른
제주에게 소득은 하나 있었다. 무실점이다. 2008년 9월 13일(0-0 무) 이후 서울전 무실점으로 무려 17경기 만이다. 그러나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골’이 없었다. 무득점의 제주는 또 한 번 땅을 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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