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8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첫 인사를 했다. 입국과 함께 취임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뒤 곧바로 고양종합운동장으로 이동해 한국-우루과이의 평가전을 관전했다.
관심은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비칠 한국축구였다. 앞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4년간 지도할 태극전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느꼈을 지가 궁금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취임 공식 기자회견과 경기 종류 후 기자회견을 통해 두 차례 언론과 마주했다. 그러면서 대한축구협회와 면담 후 수락한 뒤 가진 생각 및 향후 지휘 계획과 우루과이전을 본 뒤 느낀 점을 밝혔다.
그는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호감을 보이기도 했다. 투지 넘치던 태극전사의 플레이도 슈틸리케 감독에게 인상적이었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8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첫 인사를 했다. 사진(고양)=천정환 기자 |
사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5일 슈틸리케 감독의 선임을 공식 발표했을 때 ‘기대감’ 못지않게 ‘의아함’이 컸던 게 사실이다. 지도자 인생 25년 동안 클럽 및 성인 국가대표팀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선수로서 그렇게 문턱이 닳도록 나갔던 메이저대회 본선도 감독으로서 무대를 밟지 못했다. 소위 ‘A급’ 지도자라고 평가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때문에 잘 이끌어주기를 바라지만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짧은 시간이나 자신의 모든 걸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신중했고 합리적이었다. 그의 말 하나 하나에 ‘힘’이 실렸고 믿음을 주는 ‘마법’이 있었다. “분명 부족한 게 있다. 하지만 한국을 맡으면서 좋은 기록을 만들어갈 수 있다”라던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판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의 취임 소감 및 계획은 크게 특별한 건 없었다. 자신만의 축구철학이나 선호하는 전술 및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2015 아시안컵 우승이라든지 2018 러시아월드컵 16강 진출이라든지 하는 말도 없었다.
자신이 없다는 게 아니었다. 호기롭거나 멋들어지게 치장할 수 있음에도 말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축구에는 희망이 있으며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좋은 결실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게감이 가득했다. 전혀 가볍지 않았다.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의 선임 배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솔직함, 배려, 열정 등 세 가지가 인상적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 첫 인상은 이용수 기술위원장만 느낀 게 아니다. 실질적으로 만난 슈틸리케 감독은 정말 그러했다.
현재로선 한국축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멋진 말로 넘길 수 있지만 그는 자신을 과대포장하지 않았다. 우루과이전이 끝난 뒤에는 좋은 경기를 펼친 신태용 코치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오늘 경기의 감독은 당신이다. 난 그저 관중이다”라고 배려를 했다.
또한, 한국으로 건너와 단순히 사는 게 아니라 고유문화와 전통에 녹아들겠다는 열정도 보였다. 2,3명의 한국인 코치를 코칭스태프로 합류시키고 싶다고 했는데 선수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대표팀뿐 아니라 여자축구, 유소년축구까지 한국축구를 위해 헌신할 자세를 ‘진지하게’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은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영혼을 울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가리킨 발언이나 그를 바라보고 있는 국민을 가리킨 발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진중한 모습은 영혼을 움직였다.
망설임 없이 한국행을 결심한 독일의 노신사는 팀에 대한 굳은 믿음과 자신감도 갖고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마지막 말은 “한국은 살아있는 팀이다. 처방을 해야 하는데 아직 어떤 약이 필요한지를 모른다. 시간이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한국축구는 젊고 미래가 있다. 지켜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두 눈으로 본 한국축구는 긍정적이었다.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도 엿봤을 것이다. 반대로 슈틸리케 감독을 직접 본 한국축구도 긍정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 아래 더 크게 성장할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 어렵게 모셔올 정도로, 4년 동안 한국축구를 믿고 맡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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