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농구의 미래를 책임질 신인들이 대거 입성했다. 올 시즌부터 바로 코트에 나선다. 대학 최고를 자부하던 선수들이 프로에선 신입생 막내.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한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이다.
지난 17일 열린 2014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21명의 선수들이 프로 문턱을 넘었다. 이 가운데 과연 몇 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확률적으로 상위 지명 선수들의 생존률이 높다.
그러나 고양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은 전체 1순위 이승현부터 원주 동부의 부름을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선 5순위 허웅까지 아직은 이들을 감싸고 있는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살아남는다.
↑ 프로농구 전체 1순위로 고양 오리온스 유니폼을 입은 이승현의 위풍당당한 모습. 사진=한희재 기자 |
그러나 또 다른 꼬리표도 있다. 이승현의 프로 성공 가능성이다. 이승현은 키 197cm의 파워포워드. 프로에서 언더사이즈 빅맨으로 살아남기 애매한 신장이다. 골밑 뿐 아니라 외곽까지 소화를 해야 한다. 공격은 물론 수비도 해야 한다.
현주엽(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천부적인 개인기로 극복했다. 현주엽은 ‘국보 센터’ 서장훈(은퇴)이 인정한 몇 안 되는 천재다. 이승현은 아직 부족하다. 현주엽은 물론 현재 프로에서 뛰고 있는 함지훈(울산 모비스)과 오세근(상무)도 넘어야 한다.
이승현 스스로도 안다. 프로 성공을 위해 일찌감치 슈팅훈련을 시작했다. 아직은 미완성. 프로에서 최대 강점인 포스트업 외에 얼마나 다양한 능력을 소화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야 “두목 호랑이가 아닌 KBL의 두목이 되겠다”는 당찬 약속을 지킬 수 있다.
전체 2순위로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은 김준일도 벗을 그림자가 많다. 연세대의 기둥 역할을 해낸 김준일은 201cm, 108kg의 하드웨어에 기술과 슈팅력을 갖춘 소프트웨어도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대학 시절 고려대 센터 이종현과 이승현의 벽을 넘지 못한 한계를 프로에서 극복해야 한다. 당장 스타일이 비슷한 최부경(서울 SK)은 물론 팀 내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한다. 삼성은 이동준과 송창무 등 빅맨이 버티고 있다.
↑ 프로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적으로 만나게 된 허재 전주 KCC 감독과 원주 동부 허웅. 사진=한희재 기자 |
정효근은 ‘거품론’이 있다. 200cm의 장신에 모든 포지션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프로 팀들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어설픈 포지션 파괴는 애매한 선수로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 과거 장신 포인트가드를 꿈꿨던 정훈(은퇴)을 비롯해 수많은 선수들이 프로에서 실패를 맛봤다.
정효근도 아직 가능성만 확인했을 뿐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로 키울 작정이다. 정효근의 말 그대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만한 노력이 절실하다.
허웅은 4순위가 아닌 5순위로 동부의 남자가 됐다. 허재 전주 KCC 감독의 첫째 아들로 드래프트 전후 최고의 화제를 모은 선수다. KCC가 4순위 지명권을 얻지 않았다면 충분히 4순위로 프로에 데뷔할
허웅은 누구보다 부담이 크다. ‘농구 대통령’이라는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야 한다. 허웅에게 ‘허재’를 기대하진 않는다. 이제 한솥밥을 먹게 된 동부의 슈팅가드 두경민과의 경쟁부터 평가의 시작이다. 아버지의 그림자보다 두경민의 그늘을 먼저 벗겨야 생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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