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 20㎞ 김현섭 동메달 "군 복무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겸손한 소감
↑ 경보 20㎞ 김현섭 동메달/ 사진=연합뉴스 |
'한국 남자 경보의 간판' 김현섭은 웃으며 얼굴을 적신 땀을 씻어냈습니다.
두발 중 한발은 땅에 딛고 걸어야 하는 힘겨운 20㎞ 레이스를 마친 그에게 금빛 못지않은 밝은 미소가 흘렀습니다.
김현섭은 28일 인천 연수구 송도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남자 경보 20㎞에서 1시간21분37초로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3위에 오른 그에게 동메달이 주어졌습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현섭은 세 번째 아시안게임에서도 메달을 손에 넣어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1994년 히로시마 은, 1998년 방콕 금, 2002년 부산 금)에 이어 두 번째로 아시안게임 3개 대회 연속 시상대에 오르는 한국 육상 선수로 남았습니다.
김현섭은 "좋은 기록을 지닌 중국 2명, 일본 2명의 선수와 함께 뛰었는데 레이스 초중반에 자신들의 기록보다 20초 정도 늦게 경기를 펼쳤다. 내 페이스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8㎞지점에서 속도를 냈다"며 "흔들리지 않은 덕에 메달권에 진입한 것 같다. 경기장이 다소 습해서 기록보다는 순위 싸움에 집중했다"고 이날의 전략을 설명했습니다.
금메달은 없지만 김현섭이 손에 넣은 아시안게임 3개의 메달은 한국 경보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김현섭은 "결국 금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그래도 메이저대회인 아시안게임에서 3차례 참가해 모두 메달을 얻은 건 정말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밝히며 "특히 세 번째 대회였던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홈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동메달을 딴 건 정말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김현섭은 "10월 6일에 전역하는데 군 생활 마지막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 더 의미가 있다"며 "운동을 하다 보니 다른 병사들보다 군 복무에 집중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메달로 죄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김현섭의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바로 전국체전 준비를 시작해야 하고 내년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 안에 들고 싶다. 부상이 없다면 2016년 리우 올림픽에도 출전해 '탑10'을 기록하고 싶다"고 향후 일정을 설명했습니다.
2011년 8월 28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 경보에서 1시간21분17초로 6위에 오르며 한국 경보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10위 안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룬 김현섭은 2013년 8월 11일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도 10위를 차지하며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1997년 아테네 8위, 1999년 세비야 6위)에 이어 한국 육상 전체에서 두 번째로 두 대회 연속 세계선수권 10위권 진입이라는 역사를 작성했습니다.
그의 소망대로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 안에 들면 한국 육상의 역사가 또 바뀝니다.
김현섭에게 '걷기'는 인생이었습니다. 한쪽 발은 항상 지면에 닿아 있어야 하는 엄격한 규정을 지키며 20㎞를 달리는 외로운 싸움. 김현섭은 인생을 걸었고, 한국 경보는 그 덕에 숨을 쉬었습니다.
여전히 한국은 경보의 불모지이긴 하지만, 굵직한 육상 대회가 펼쳐질 때마다 김
김현섭은 "많은 분의 성원 덕에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을 걸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경보 선수가 뛸 수 있는 국내 실업팀은 두 곳뿐이다. 경보는 엄격한 규정이 있는 종목이라 지도자와 함께 훈련하는 게 중요한데 경보 선수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습니다.
'경보 20㎞ 김현섭 동메달' '경보 20㎞ 김현섭 동메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