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서민교 기자] 한국 야구가 가장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당시 치욕적인 역사를 ‘도하 참사’라고 명했다. 이후 8년이 지나 악몽의 기억을 되살렸다. 한국이 ‘인천 참사’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아시안게임 2연패. 그런데 뒷맛이 찝찝했다.
8년 전. ‘도하 참사’로 기억되는 당시 야구대표팀은 첫 경기서 대만에 2-3으로 진 충격에 이어 사회인 야구선수로 구성된 일본을 상대로 7-10으로 졌다. 결국 동메달. 프로 최정예 멤버로 구성된 한국이 수모를 당한 대회다.
↑ 김광현이 6회말 1사 1, 3루에서 대만 궈옌원에게 희생플라이로 역전을 허용한 후 강판 당하고 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결승전에서 대만에 6-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 이어 2연속 금메달의 쾌거다.
그러나 짙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에이스 김광현을 비롯해 양현종까지 투입하는 총력전을 펼치고 겨우 이겼다. 최강 타선을 자부했던 한국의 타자들은 대만의 무명 투수들에게 철저히 당했다.
한국은 예선 3경기를 연속 콜드게임 승으로 승승장구했다. 너무 쉬웠다. 준결승전에서 약체로 평가된 중국에 진땀승을 거뒀다. 불길한 징조였다. 예선서 8회 10-0 콜드게임으로 압승을 거둔 대만과의 재대결.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었다.
한국은 선발 김광현이 5⅔이닝 동안 투수수 69개만 기록한 채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무너졌다.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는 김광현이었으나 대만 아마투수 궈쥔린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궈쥔린은 2, 3, 4회 연속 삼자범퇴를 기록하는 등 4⅔이닝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한국을 당황시켰다. 대만 중간투수 천관위도 예선 한국전 4⅓이닝 무실점에 이어 결승전에서도 호투를 이어가다 2⅔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다. 천관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뤄지아런이 얻어 맞은 결과였다. 사실상 한국은 궈쥔린과 천관위를 완벽히 공략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다. 성적 위주가 아닌 팀
그러나 상대 전력의 수준을 고려할 때 한국 야구의 금메달은 색이 조금 바랜 듯했다. 대만 응원단은 이날 패배에도 최강 한국을 상대로 혼쭐을 낸 대만 선수들을 향해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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