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의 성적표에서 한국은 다시 한번 낯익은 한줄평을 받았다. ‘기초종목의 부진’이다.
36년 만에 육상과 수영에서 통합 ‘노골드’에 그치면서 재차 확인된 것은, 그동안 종합대회 때마다 반복되는 ‘기초종목 부진’에 대한 일시적인 진단이 딱히 장기적인 개선 노력으로 이어져 성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다는 사실.
인천 아시아드가 육상에 47개, 수영에 53개의 금메달이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역으로 한국의 성적은 매우 놀랍다. 100골드의 육상-수영에서 한 번도 우승을 못하고도, 무려 79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도대체 얼마나 ‘응용종목’을 잘하면 이런 성적이 가능할까.
한국은 육상-수영을 제외한 나머지 339개 세부종목에서 거의 4번에 한번 꼴로 우승했다. 한국의 이런 성적은 확실한 특기 종목, 즉 위력적인 강세의 ‘전략종목’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 정구에 걸린 7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한 것을 비롯, 한국은 5개 이상의 금메달이 걸린 23개 종목중 7개 종목에서 1위의 성적을 냈다. 사진(인천)=옥영화 기자 |
7개 금메달을 ‘싹쓸이’한 정구를 비롯, 펜싱, 태권도, 볼링, 요트, 양궁, 승마에서 한국은 참가국 중 단연 최고의 성적을 냈다. 이 7개 종목에서 압도적까지는 아니었던 종목은 한국(4개) 중국(3개) 싱가폴(3개)이 엇비슷하게 우승을 나눠가진 요트 정도. 나머지 6개 종목에서 한국은 확실한 비교우위를 뽐내며 가장 뛰어난 기세를 보였다. 12개 세부종목에서 8번 우승한 펜싱과 8개 종목에서 5개를 가져온 양궁, 4관왕 이나영과 3관왕 박종우를 배출하며 7개 금메달을 차지한 볼링이 모두 한국의 ‘압승’을 목격했다. 이외에도 유도와 사격에서 한국은 각각 일본, 중국에 이어 2위에 오르며 다수의 메달을 모았다.
이러한 전략종목들의 존재는 ‘기초종목이 없는’ 스포츠 한국의 메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기초종목이 강했던 시기가 전무한 한국이지만, 5회 연속 아시안게임 2위를 달성했고, 올림픽 10위권을 유지하는 데 근 30년째 큰 문제가 없다. ‘효자종목’으로 불리는 ‘전략종목’들이 끈질기게 국제 경쟁력을 대물림하거나, 혜성처럼 등장해주는 덕분이다.
한국과 뚜렷하게 대조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수영이 꽤 인기있는 스포츠이고, 마라톤과 릴레이 등의 육상이 중요한 학원 스포츠인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체격 조건으로도 기초 종목에서 탄탄한 저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기초종목 이외에 딱히 성장시킨 ‘전략종목’이 부족한 것은 일본이 종합대회 메달 레이스에서 점점 가라앉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일본은 이번 인천대회에서 5개 이상의 금메달이 걸린 경쟁종목 중 자국이 ‘종주국’인 공수도와 유
한국이 기초종목에 대한 장기적 투자, 유망주 육성의 숙제를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은 전략종목 발굴, 육성에 관한 과제를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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