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사카) 안준철 기자] “역시 오승환이다.”, “오승환! 오승환!”
일본 고교야구의 성지 고시엔구장이 활화산처럼 들끓기 시작했다. 고시엔을 뜨겁게 만든 이는 바로 ‘끝판대장’ 오승환(32·한신 타이거즈). 고시엔구장 곳곳에 태극기가 펼쳐졌다.
12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한신과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일본프로야구 클라이맥스시리즈 퍼스트스테이지 2차전에서 오승환은 자신이 왜 가을에 강한지를 증명했다.
↑ 12일 일본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2014 일본프로야구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스테이지 2차전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한신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양팀은 12회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1회초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이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日 니시노미야)=천정환 기자 |
하지만 시작에 불과했다. 한신이 9회말 득점하지 못하자 오승환은 10회도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대타 아마야 소이치로에게 2구째 148km 직구를 던진 게 한복판에 몰려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후속타자 스즈키 세이야의 번트를 댄 타구가 높이 뜨자 직접 잡아 한숨을 돌렸다. 이어 대타 마쓰야마 유헤이가 초구를 건드린 타구가 자신의 앞으로 오자 2루에 던져 1루주자를 잡았고, 역시 대타 나가히가시를 7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2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2이닝을 던지며 투구수가 25개. 이제 오승환의 역할은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10회말 한신이 득점없이 물러나자 11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마치 삼성시절이던 지난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4이닝을 던졌던 장면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일본에도 오승환의 4이닝 역투는 유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2이닝 이상을 던진 적은 없다. 오승환이 더그아웃에서 나오자 고시엔구장은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오승환도 이런 분위기에 부응하듯 지친 기색 없이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150km 이상 찍힌 돌직구도 3개나 됐고, 당연한 것처럼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3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오승환의 응원피켓과 태극기가 눈에 띄게 많아지는 순간이었다. 더그아웃에서도 투구를 마치고 내려오는 오승환을 와다 유타카 감독이 직접 맞아 악수를 청했다.
↑ 12일 일본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2014 일본프로야구 클라이맥스 시리즈 퍼스트스테이지 2차전 히로시마 도요 카프와 한신 타이거즈의 경기가 12회까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오승환이 3이닝 역투를 펼치자 관중들이 태극기를 들고 응원하고 있다. 사진(日 니시노미야)=천정환 기자 |
관중석도 난리가 났다. 이날 태극기를 가져온 한신팬 이와나가 마사히로씨는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대단하다. 역시 강한 남자 오승환이다”라며 박수를 쳤다. 취재진과 관계자들도 오승환의 투혼에 감탄했다. 한 관계자는 “전문 마무리투수가 3이닝을
경기 후 오승환은 “(2이닝을 던지고 내려 온 뒤)감독님과 코치님이 더 던질 수 있냐고 묻길 래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힘든 건 없다. 팀이 승리해서 기쁘다”며 담담히 말했다. 가을에 더욱 강한 남자 오승환의 매력이 더욱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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