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서민교 기자] “할 말이 없습니다.”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 지난 16일 잠실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내용에 대해 말을 아꼈다.
양 감독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리는 201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최종전을 앞두고 두산의 불성실한 선수 기용에 대해 “할 말이 없습니다”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대신 쓴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LG는 SK와 두산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SK가 두산에 졌을 경우 최종전 결과에 상관없이 4위를 확정하고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열매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 양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 이날 경기를 지켜보며 일희일비 했다.
↑ 17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 전 LG 양상문 감독이 진지한 표정으로 선수들의 연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부산)=한희재 기자 |
문제는 두산의 경기 내용이었다. 두산은 SK전 이후 ‘져주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산은 4회까지 5-0으로 앞서다 허무하게 5-7로 역전패를 당했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이날 경기서 주축 선수들을 일찍 교체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는 경기였다.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다른 구단들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두산은 납득하기 힘든 선수 기용을 했다.
이날 경기 중계를 맡았던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 규칙위원장은 “두산은 팬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수들은 그렇게 했는데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런 경기는 다시는 해서는 안 된다”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LG 맏형 이병규(9번)도 두산과 SK의 경기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병규는 “경기를 보다가 투수들이 교체되는 것을 보면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한 것 같진 않더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잠실 라이벌인 두산의 경기를 부산서 지켜본 양 감독의 마음도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말을 아낀 채 필승을 다짐했다. 양 감독은 “솔직히 여러 생각이 많다. 평소와 같을 순 없는 것”이라며 “선수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승부수를 가져가기도 고민이 된다. 승부처를 언제로 잡을지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벤치에서 느긋하다는 것을 선수들에게 보여줘야 심리적
LG는 올 시즌 최하위에서 4위까지 오르며 기적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팬들에게 감동을 안긴 시즌이었다. 그러나 양 감독은 “프로 스포츠에서는 과정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올 시즌 선수들이 고생한 대가가 나와야 하는 것”이라며 결과에 더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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