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불과 한 달쯤 전으로만 기억을 돌려도 아주 낯선 그림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세 명의 감독 중 한명이었고, 3년의 임기동안 타이거즈의 역대 가장 나쁜 성적을 기록한 벤치였던 점 등으로 ‘이변 없는 이별’이 거의 기정사실화됐던 선동열 KIA 감독이 최고 대우 2년 연임이라는 뜻밖의 재신임을 받았다.
↑ 예상을 깨고 재신임에 성공한 선동열 KIA 감독은 내년 완전히 달라진 팀을 선보여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동안 물망에 올랐던 인물들이 단체로 머쓱해지는 소리. 애초에 한국 프로야구의 감독 자리란 대안이 부재할 수가 없다. 켜켜이 쌓여진 역사만큼 경험 많은 전 감독들이 수두룩하다.
개혁 의지가 절실하다면 새 인물 발굴이라는 카드도 있다. 늘어난 팀 수만큼 전현직 코치들이 북적북적하다. 어느 명장에게도 첫 해가 있다. 두산이 처음 김경문 감독을 발탁했을 때, 넥센이 염경엽 감독을 선택했을 때, 누구도 쉽게 점치지 못했던 인선이었으나, 변화를 고민했던 구단들은 ‘깜짝’ 베팅을 했다.
KIA는 2년 연속 8위를 했다. 내년에는 결코 올해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팀이다. 절실한 변화를 꿈꾸는 시점에서 구단은 선 감독 재신임을 결정했다. 선 감독의 3년을 인정해서라고는 믿기 어려운 상황. 그러나 선 감독은 누군가와의 ‘저울질’에서 이겼다.
이 부분에서 과연 구단이 선 감독을 ‘대안’들과 비교한 것이 맞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혹시 올 시즌 더 큰 소란을 일으킨 타팀 벤치에게 ‘과(過)가 묻힌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올해는 유난히 구설수와 원망을 듣는 벤치가 속출하면서 시즌 내내 고통 받은 구단들이 많았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야구가 계속되면서 단순히 하위팀에 쏟아지는 실망감을 넘어선 팬들의 반감을 모으는 팀도 생겼다. 이 와중에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가라앉았던 KIA의 실패는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관심 밖으로 벗어났고, 상대적으로 선 감독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제 ‘선동열 2기’는 3년전 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한다. 양현종 안치홍 김선빈 등의 이탈까지 예정돼 있어 내년 전력은 “신생 KT를 포함해도 최하위권”이라는 굴욕적인 평가마저 듣고 있다.
‘선동열 KIA’는 5위, 8위, 8위의 팀 순위보다 지속적으로 약해진 전력 추이의 내용에서 더 큰 문제점이 지적됐던 팀이다. 시즌 내내 실망스런 레이스를 펼쳤고, 벤치는 번번이 해결책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 결과로 남은 지금의 전력은 구체적인 리빌딩 포인트도 선뜻 눈에 들어오지 않는 암울한 상태다.
이 팀을 만들어놓은 사령탑이 재신임을 얻은 것이 지난 3년에 대한 높은 평가일 수는 없다. 비교할 필요 없는
새로운 KIA에 대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청사진, 뭔가 혁신적인 프레젠테이션을 선감독이 해냈던 걸까. KIA의 ‘선동열 2기’가 어떻게 싹 변하는지 지켜볼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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