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강윤지 기자]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꺼낸 ‘살벌한’ 한 마디. “무사히 귀국할 애들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어.”
김 감독은 지난 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캠프를 살펴보며 하루 종일 쉼 없이 팀의 모든 부분을 어루만지고 있다. 김 감독은 캠프에 합류한 둘째 날인 2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고친다 구장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야구장 근처에 어둠이 깔리고 조명 없이는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자 전 선수단이 철수할 수 있었다. 이 때 시각이 오후 6시. 오전 9시 전부터 몸을 풀고 훈련에 들어갔으니 야구장에서만 꼬박 9시간 이상을 보낸 것이다. 휴식 시간도 없이 운동만 9시간이라니, 훈련량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된다.
↑ 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日 오키나와)=곽혜미 기자 |
지옥훈련으로 유명한 김 감독이지만, 그의 진가는 팀의 모든 부분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서 드러난다. 김 감독의 선수 파악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1루 왼쪽에서 펑고를 받고 있던 신인 노태형을 보면서 단번에 문제를 파악한 뒤 진단을 내렸다. 노태형의 자세를 유심히 보며 문제점을 지적하던 김 감독은 “쟤 이름 뭐야? 어디 보나?”며 노태형에 대해 훈련을 많이 받아야겠다고 “무사히 돌아갈지 여기서 죽을지 알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김 감독에게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는 아이’로 분류된 노태형은 오키나와에서 야신의 손을 타며 향상될 예정이다.
야신의 지도를 받으며 기합이 들어간 선수들은 베테랑, 신인 가릴 것 없이 모두 진지하게 훈련에 임하고 있다. ‘잠자리 눈깔’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김 감독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긴장을 풀 수도 없다. 멀리서도 모든 것을 다 꿰고 있는 김 감독이기에 선수들은 매 순간 경직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긴장감 속에서 치러지는 훈련. 체력 소모는 배 이상일 수밖에 없다.
투수 황재규는 이를 ‘색다른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정말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 이렇게 힘들기는 태어나서 처음”이라며 “훈련량이 정말 많아졌다. 강도도 높아졌고 방식도 달라졌다”고 야신표 맹훈련을 소화한 뒤 가쁜 숨을 내쉬었다. 말도 못하게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는 전날(1일) 밤 미팅을 통해
오키나와 캠프를 마치고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갈 선수는 몇 명이나 될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이 훈련을 버텨내기만 한다면 내년 시즌 팬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을 거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chqkqk@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