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가 침묵했다. 대구구장서 홈런 2개를 터뜨리며 ‘미친 선수’로 맹타를 휘둘렀던 나바로는 목동구장에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 결코 작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했다.
삼성은 지난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KS) 3차전서 3-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은 시리즈 2승1패로 뒤집으며 통합 4연패 달성 확률을 91%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다시 침묵한 타선이었다. 경기 막판 박한이의 극적인 결승 투런포가 폭발하긴 했지만, 7회까지 3안타 빈공으로 0-1로 뒤지며 끌려갔다. 8회 이승엽의 행운의 동점 적시타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날 경기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다.
↑ 지난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 9회초 2사 1루에서 삼성 박한이가 넥센 한현희를 상대로 역전 투런홈런을 치고 선행주자 나바로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나바로는 KS 1, 2차전의 영웅이었다. 1차전은 2-4로 졌지만, 나바로는 앤디 밴헤켄을 상대로 동점 투런포를 터뜨리는 등 강한 리드오프를 입증했다. 이어진 2차전서도 헨리 소사를 무너뜨리는 투런포로 첫 KS 2경기 연속 홈런을 장식했다. 타율 5할(8타수 4안타)의 맹타. 사실상 삼성의 대구 MVP였다.
그러나 목동으로 옮긴 나바로는 ‘대구의 나바로’가 아니었다. 오재영을 상대로 1회 첫 타석부터 3루 땅볼로 물러난 뒤 2회 2사 1루 찬스서 들어선 두 번째 타석에서도 초구 3루 땅볼로 돌아섰다.
특히 넥센 포수 박동원의 실책으로 흔들릴 수 있는 오재영과 끈질긴 승부로 괴롭히지 못하고 성급하게 초구에 방망이가 나갔다. 상대 염경엽 감독조차 “찬스 때 나바로를 피해야 현명한 것”이라고 경계를 했던 상황이기 때문에 나바로의 타격이 더 아쉬웠다. 나바로는 5회와 7회에도 각각 좌익수,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나바로는 마지막 타석에서 자신의 몫을 해냈다. 극적으로 1-1 동점을 만든 9회말 마지막 삼성의 공격. 진갑용과 김상수가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아서며 연장전으로 흐르는 듯했다.
정규이닝 남은 아웃카운트는 하나. 넥센은 손승락을 내리고 한현희로 교체했다. 나바로를 상대하기 위한 승부수. 나바로는 침착했다. 욕심을 버렸다. 초구 헛스윙 뒤 스트레이트 볼넷을 골라냈다. 바통을 이어받은 박한이는 짜릿한 결승 역전 투런포로 승부를 갈랐다.
3차전 영웅은 박한이였다. 그러나 그 뒤에는 나바로가 있었다. 홈런과 안타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타석에서
올해 삼성의 KS는 어떻게든 승부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는 나바로하기 나름이다. 8일 목동 4차전에서는 다시 시원한 아치를 그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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