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샤프’ 김은중이 자주빛 전사로서 다시 활짝 웃었다. 대전을 K리그 챌린지 우승으로 이끌었는데 2001년 FA컵 이후 13년 만에 우승 세리머니였다. 그 찬란한 순간에도 그는 가장 빛났다.
김은중은 8일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챌린지 35라운드 수원전에서 5-2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 5일 K리그 챌린지 우승 및 K리그 클래식 승격 확정 이후 가진 마지막 홈경기에서 화끈한 자축쇼였다. 대전의 레전드는 홀로 2골을 넣었다. 프로 통산 124호, 125호 득점이었다.
첫 골이 터진 건 후반 11분. 2-0으로 앞선 가운데 이광진이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키커로 나선 건 김은중이었다. 조진호 감독은 김은중에게 차라고 지시했다. 김은중은 골문 왼쪽으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 김은중은 대전 시티즌의 K리그 챌린지 우승 및 K리그 클래식 승격에 크게 기여했다. 마지막 고비에서 가장 빛난 김은중이었다. 사진(대전)=이상철 기자 |
김은중은 득점 성공 후 A보드를 넘어 서포터에게 달려가 그 동안의 감사를 담은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다. 이어 등을 돌려 자신의 이름과 등번호를 두 손으로 가리켰다. 감동적인 세리머니였다. 그리고 후반 43분에는 팀의 다섯 번째 골을 터뜨리며 대전의 우승 자축쇼에 마침표를 찍었다.
첫 우승은 아니었다. 1년 전에도 임대 이적한 포항에서 K리그 클래식과 FA컵 더블을 달성했다. 하지만 대전에서 만든 우승은 그에게 각별했다.
1997년 대전의 창단 멤버로 프로에 입문한 김은중은 대전의 간판선수였다. 2001년에는 FA컵 결승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창단 첫 우승에 기여했다.
2003년을 끝으로 대전을 떠났지만 대전의 ‘레전드’를 향한 애정은 식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겨울 대전의 러브콜을 받았다.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이를 수락했고, 1년 만에 K리그 클래식 승격에 힘을 보탰다.
김은중은 “대전으로 복귀는 쉽지 않았다. 어렵게 결정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이 됐다. 대전의 통산 두 번의 우승 현장에 내가 있다는 게 기쁘다”라며 “한밭운동장을 홈구장으로 쓰면서 우승을 했다. 내 첫 골(1998년 3월 31일 울산전)을 넣은 장소도 한밭운동장인데 감회가 새롭다. 인연이 있는가 싶다”라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김은중은 현역 은퇴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마지막’이라는 표현을 종종 썼다. 이별을 암시하는 듯 했다. 김은중은 이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겠다. 현재로선 뭐라 말하기 어렵다. 조만간 구단과 상의해 (내 거취를)좋은 방향으로 정하려 한다”라며 말을 아꼈다.
↑ 김은중은 대전 시티즌의 K리그 챌린지 우승 및 K리그 클래식 승격에 크게 기여했다. 마지막 고비에서 가장 빛난 김은중이었다. 사진(대전)=이상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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