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SK 와이번스가 통 큰 결정을 내렸다. 애지중지 아꼈던 김광현(26)의 빅리그 진출 꿈의 첫 발을 돕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줬다. 예상보다 훨씬 낮은 포스팅 금액에도 김광현의 용기에 후회 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광현은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SK 구단은 지난 12일 “김광현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포스팅 최고 응찰액은 200만달러(약22억원)였다. 구단은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내부 회의, 김광현과의 면담을 통해 선수의 오랜 꿈을 후원해주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포스팅 결과를 수용하고, 그의 미국 무대 진출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메이저리그 출사표를 던진 김광현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에서 임원일 대표, 민경삼 단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문제는 기대보다 훨씬 낮은 포스팅 금액이다. SK가 예상했던 금액과 차이가 크다. SK는 당초 김광현의 몸값을 최소 500만달러(약 55억원)에서 1000만달러(약 110억원)까지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 최소 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금액을 받아든 SK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년 전 류현진(LA 다저스)의 포스팅 금액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2억원)의 13분의1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SK로서는 엄청난 손해다. 일단 에이스 김광현을 잃는다. 올해 SK가 정규시즌 막판까지 4강 경쟁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김광현의 힘이었다. SK가 극심한 부진을 겪을 때도 김광현 선발 등판일만 이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김용희 신임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하는 SK는 김광현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무조건 선수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존중한다는 원칙을 지켰다.
김광현을 잃고도 남는 장사를 못했다. 지난해 한화가 FA 큰 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 덕분. 그러나 SK는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 SK가 챙기는 금액은 터무니없이 낮다. 그런데도 SK가 김광현을 위해 통 큰 투자를 했다. 장고에 들어갔던 SK는 김광현의 용기와 진정성에 흔쾌히 수용했다.
사실 SK는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진출 확정이 되기 전부터 적극적인 후원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메이저리그 추진 기자회견’까지 열어 김광현의 꿈을 돕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순수하게 김광현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SK의 선행이 낮은 포스팅 금액 결과로 오히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김광현의 자존심만 구긴 결과가 됐기 때문.
하지만 김광현은 자존심에 연연하기보다 꿈을 위해 용기를 냈다. SK 구단도 사실상 실리를 포기하고 김광현을 위한 배려를 택했다. SK 구단과 김광현의 사례는 해외 진출을 꿈꾸는 한국 선수들의 모범이 될 만하다. 구단의 이기주의에 선수가 도전조차 할 기회를 잃고 피해를 보는 일도 적지 않기 때문.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SK의 결정은 그만큼 쉽지 않은 배려였다.
김광현도 구단의 결정에 고개 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락해준 구단과 김용희 감독님을 비롯한 SK 선수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으니
김광현은 에이전트사인 MDR매니지먼트를 통해 앞으로 한 달간 최고액을 써낸 팀과 연봉 협상을 벌인다. 앞으로 관건은 김광현의 진짜 몸값이다. 그리고 SK의 든든한 후원을 받은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성공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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