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수비수를 평가하는데 가장 큰 항목은 안정감이다. 작은 실수도 있어선 안 된다. 실수는 곧 위기에서 실점으로 이어지며 이는 패배로 연결될 수 있다. 그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슈틸리케호에 위기의 남자가 있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가장 큰 시련이 닥쳤다.
김영권은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10년간 수비를 책임질 선수로 꼽혔다. 그리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을 마치고 치른 첫 A매치였던 나이지리아전에 출전하며 A매치 데뷔 무대를 가졌다. 20세의 어린 나이였다. 홍명보 감독이 지난해 6월 부임한 이후로는 붙박이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다.
중앙 수비의 한 자리는 김영권의 차지였다. 고정이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했지만 태극마크를 놓치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대행 체제로 치렀던 9월 A매치 2연전(베네수엘라전-우루과이전)은 물론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뒤에도 김영권은 빠짐없이 경기를 뛰었다.
↑ 김영권(왼쪽)은 지난해 여름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주전 중앙 수비수로 뛰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온 뒤에도 그의 입지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연이은 실수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나 확고히 다졌던 김영권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대단한’ 경쟁자의 출현은 아니다. 부상 탓에 낙마한 김주영(서울)을 비롯해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곽태휘(알 힐랄), 장현수(광저우 부리) 등 경쟁자도 새롭지 않다. 그 동안 김영권이 경쟁을 펼쳤던 선수들이다.
김영권의 위기는 스스로 초래했다. 불안한 플레이로 안정감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한 번의 문제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첫 패배를 경험한 지난달 10일 코스타리카전에서 3실점을 했다. 김영권은 여러 차례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1-1로 맞선 후반 2분 태클 미스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종료 후 “하프타임 때 ‘안정적으로 프레이를 하라’라고 주문했는데 후반 시작하자마자 실점을 해 화가 난다”라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골을 내줬기에 단단히 화가 났다. 직접적으로 김영권을 겨냥한 것이었다.
반등이 필요한 김영권이었다. 이번 중동 원정 2연전에서 달라진 경기력으로 점수를 만회해야 했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갈 최종 명단 선정 작업을 앞두고 갖는 A매치이기에 더욱 중요했다.
그렇지만 김영권은 스스로 기회를 날렸다. 전반 10분 상황 판단 미스로 기다리지 않고 공격수를 향해 덤볐다가 허무하게 뚫렸다. 김영권 뒤에는 골키퍼 정성룡(수원) 외 아무도 없었다. 이 과정에서 요르단 하옐의 헤딩 슈팅이 왼 골포스트를 맞혔다. 식겁했던 김영권으로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겠지만 실점이나 다름없었다.
이를 의식했던 것일까. 김영권은 1-0으로 앞선 후반 29분 다시 한 번 패스 미스로 큰 실수를 했다. 최후방에서 볼을 뺏겼고, 하옐의 골키퍼와 단독 찬스로 연결됐다. 골키퍼 정성룡이 하옐의 슈팅을 선방하며 위기믈 넘겼으나, 하마터면 어처구니없게 동점골을 내줄 뻔했다.
↑ 김영권은 지난해 여름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주전 중앙 수비수로 뛰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온 뒤에도 그의 입지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연이은 실수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자연스레 김영권의 호주행도 낙관하기 어렵다. 중앙 수비 한 자리도 더 이상 그의 고정 자리가 아니다. 차가운 겨울바람과 함께 큰 시련이 김영권에게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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