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매치 아닌 유로 예선’…독일, 지브롤터에 4-0 승

[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유럽축구연맹선수권 예선인데도 국제축구연맹(FIFA)의 ‘A매치(International "A" matches)’가 아닌 특이한 경기가 있었다. 독일대표팀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지브롤터와의 2016 유럽축구연맹선수권(유로 2016) D조 홈 4차전에서 4-0으로 이겼다.
독일은 2014 브라질월드컵 챔피언이자 10월 23일 FIFA 순위에서도 1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지브롤터는 FIFA 회원이 아니라 순위 자체가 없다. FIFA가 2012년 10월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A매치’ 성립의 1번째 조건은 ‘FIFA 가입축구협회’ ‘A팀’ 간의 대결이다. 따라서 독일-지브롤터는 유로 예선이나 A매치가 아니다.

↑ 뮐러가 지브롤터전 승리 후 홈 관중의 성원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사진(독일 뉘른베르크)=AFPBBNews=News1

토마스 뮐러(25·바이에른 뮌헨)는 지브롤터전에서 중앙 공격수로 풀타임을 뛰며 2골을 넣었다. 경기 시작 11분 만에 수비수 슈코드란 무스타피(22·발렌시아 CF)의 크로스를 골 에어리어 안에서 오른발슛으로 선제결승골을 기록했다.
전반 29분에는 골 에어리어 재차 진입하여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29·아스널 FC)의 도움을 받아 역시 오른발로 추가 골을 넣었다. 선발 왼쪽 날개로 교체 없이 끝까지 뛴 포돌스키는 후반 22분 지브롤터의 자책골을 유도하여 독일의 4번째 골에 공헌하기도 했다. 사실상 2도움인 셈이다.
마리오 괴체(22·바이에른 뮌헨)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전반 38분 역시 골 에어리어 안에서 공격수 막스 크루제(26·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의 도움을 왼발로 팀의 3번째 골을 만들었다. 크루제는 뮐러와 함께 투톱으로 경기 내내 활약했다.

↑ FIFA 공식홈페이지 독일 경기 결과 및 일정에도 지브롤터와의 유로 예선은 빠져있다. 사진=FIFA 공식홈페이지 화면

‘지브롤터’는 이베리아 반도 남부에 있는 영국 자치령이다. 북쪽으로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과 1.2km 길이의 국경선으로 마주 보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지브롤터’는 기독교, 그중에서도 스페인의 이슬람 항쟁 무대였다. 이슬람은 711년 지브롤터를 점령하여 스페인 본토를 공략했고 지브롤터의 탈환과 수성을 위해 숱한 전쟁을 벌였다.
그러나 스페인 왕위계승전쟁(1701~1714년)에 참가한 영국-네덜란드 연합군이 1704년 지브롤터를 점령했고 1713년 영국 자치령으로 편입됐다. 지금도 영국 군주(현재는 엘리자베스 2세)가 임명하는 총독이 통치한다.
스페인은 1969년 지브롤터의 반환을 요구하며 경제봉쇄를 시도하는 등 여전히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1967년과 2002년 시행된 주민투표는 각각 99.64%와 98.48%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영국 잔류의사를 밝혔다.
지브롤터축구협회는 지난 3월 4일 FIFA에 가입 승인 및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참가를 요청했다. 그러나 FIFA는 9월 26일 지브롤터가 ‘독립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허락하지 않았다. 현재 같은 이유로 FIFA 회원이 아닌 사례로는 탄자니아 자치령인 ‘잔지바르’가 있다.
그럼에도 지브롤터가 유로 2016 예선을 치를 수 있는 것은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이기 때문이다. 성인대표팀에 앞서 17, 19세 이하 대표팀이 각각 2014 UEFA U-17 및 U-19 선수권 예선에 참가했다. 성인대표팀도 유로 2016 예선으로 공식대회에 처음 등장했다.
지브롤터의 ‘UEFA 회원’은 끈기와 의지의 산물이다. 스페인은 지브롤터가 UEFA에 가입하면 별도의 축구협회와 대표팀이 존재하는 자국 내 바스크 및 카탈루냐 지방의 UEFA 입성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반대했다. 바스크는 아틀레틱 클루브, 카탈루냐는 FC 바르셀로나라는 유명 클럽도 보유하고 있다.
1차 시도가 좌절된 1999년 이후에도 지브롤터는 포기하지 않았다.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의 찬성을 이끌어내 2007년 재차 UEFA 가입을 신청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스페인의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UEFA는 앞으로는 ‘국제연합(UN)’에 가입한 ‘주권국’만 가입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쯤 되면 포기할 만도 했으나 지브롤터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라는 강수를 뒀다. CAS는 2007,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UEFA 규정은 지브롤터 신청보다 나중에 제정되어 소급적용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UEFA는 결국 2013년 5월 24일 총회에서 스페인·벨라루스를 제외한 나머지 회원의 찬성으로 지브롤터의 가입을 승인했다.
지브롤터전 승리로 독일은 2승 1무 1패로 D조 2위로 올라섰다. 지브롤터는 4전 4패 0득점 21실점으로 첫 공식대회 예선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 포돌스키(10번)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오른쪽)가 지브롤터전 승리 후 농담을 하며 웃고 있다. 사진(독일 뉘른베르크)=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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