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검은 짐승’이라는 표현이 있다. 서유럽에서 ‘혐오의 대상’을 일컫는 말로 영어의 ‘bláck béast’와 프랑스어의 ‘bête noire’가 이에 해당한다. 이탈리아축구대표팀이 한국과 함께 대표적 ‘혐오대상’인 크로아티아를 이번에도 극복하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17일(이하 한국시간) 크로아티아와의 2016 유럽축구연맹선수권(유로 2016) 예선 H조 홈 4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11분 미드필더 안토니오 칸드레바(27·SS 라치오)가 공격수 시모네 차차(23·US 사수올로)의 도움을 받아 골문과 약 18m 거리에서 오른발 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 이탈리아 선수들이 크로아티아와의 유로 2016 예선 H조 홈 4차전 선제골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탈리아 밀라노)=AFPBBNews=News1 |
이번에도 승리하지 못한 이탈리아는 크로아티아와 최근 A매치 4무 3패로 7경기 연속 무승이다. 구유고슬라비아로부터 1991년 6월 25일 독립한 크로아티아는 1994년 11월 17일 유로 96 예선 원정에서 2-1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에 패배가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4회 우승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입장에서는 열세 그 자체인 상대 전적만으로도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002 한일월드컵 G조 2차전에서는 잇단 오심까지 겹쳤다.
당시 이탈리아는 선제골을 넣고도 1-2로 졌다. ‘첫 골 주인공’ 공격수 크리스티안 비에리(41)는 헤딩 추가득점을 했으나 크로아티아 최종수비와 동일 선상이었음에도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가 됐다. 게다가 후반 추가시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41·첸나이 FC 감독)의 직접프리킥 골마저도 공격수 필리포 인차기(41·AC 밀란 감독)가 상대 수비의 유니폼 상의를 잡아당겼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영국 국영방송 BBC가 2002년 6월 23일 선정한 ‘한일월드컵 오심 11’에도 비에리·마테라치의 크로아티아전 득점 무산은 모두 포함됐다. 한일월드컵 G조에서 크로아티아는 이탈리아를 이기고도 조 3위로 탈락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도 ‘승’이 ‘패’로 바뀌면서 조 2위가 되어 개최국 한국과 16강에서 만나 떨어지는 계기가 됐다.
크로아티아가 이탈리아를 조 2위로 끌어내리고 탈락한 것은 유로 2012에서도 재현됐다. 이탈리아는 유로 2012 C조 2차전에서 역시 먼저 골을 넣었으나 1-1로 비겼다. 크로아티아의 조 3위와 토너먼트 진출 실패, 이탈리아가 2위로 2라운드에 올라간 것은 한일월드컵과 같다. 이탈리아의 유로 2012 준우승으로 크게 주목받진 않았으나 또다시 발목을 잡힐뻔했다.
유로 2016 예선 H조 무승부로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는 나란히 3승 1무를 기록하게 됐다. 크로아티아(+9)가 득실차에서 이탈리아(+4)를 앞서 1위를 유지했다. 예선 1~2위는 본선에 직행하므로 동반 진출도 가능하나 3위 노르웨이(3승 1패)가 변수다.
↑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이탈리아와의 유로 2016 예선 H조 원정 4차전 동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탈리아 밀라노)=AFPBBNews=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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