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의 시즌 37번째 K리그 클래식 경기는 그 어느 경기보다 특별했다. 계약기간 연장 제안을 거절하고 떠나는 하석주 감독의 홈 고별무대였다. 떠나는 스승을 위해 두 외국인 제자가 ‘승리’라는 값진 선물을 안겼다.
하석주 감독은 지난 2012년 8월 정해성 감독의 후임으로 전남의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첫 해 강등을 막았으며, 올해 팀을 한층 발전시켜 상위 스플릿 싸움을 벌여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하석주 감독은 가족을 위해 전남과 이별을 고했다. 시즌 종료 후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리고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 작별이 다가왔다. 22일 상주전은 홈팬과 작별하는 마지막 시간이었다.
↑ 22일 전남-상주전은 하석주 감독의 홈 고별무대였다. 스테보와 레안드리뉴의 연속골로 상주를 3-1로 이겼다. 9경기 연속 무승 사슬도 함께 끊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제자들의 마음가짐도 그랬다. 스승을 위해 승리의 디딤돌을 마련하고 싶었다. 그 각오는 그라운드에서 잘 드러났다. 잔류 희망을 꿈꾸던 상주보다 더 절박하게 뛰어다녔다.
경기 초반부터 거세게 상주를 몰아붙이던 전남은 상주를 상대로 3골을 몰아쳤다. 시원한 골 퍼레이드다. 홈에서 3골을 넣은 건 시즌 네 번째로 지난 8월 17일 수원전(전남 3-1 승) 이후 97일 만이었다.
하석주 감독을 웃게 만든 건 스테보와 레안드리뉴, 두 외국인선수였다. 스테보는 2골, 레안드리뉴는 1골 1도움을 올리며 하석주 감독에게 홈 고별무대 승리를 안겼다.
첫 골은 스테보의 오른발에서 터졌다. 레안드리뉴의 전진 패스를 받은 뒤 강력한 슈팅으로 상주의 골망을 흔들었다. 상주 골키퍼 홍정남이 왼 다리로 막으려 했으나 워낙 강했다. 스테보는 세리머니 대신 전남 벤치로 달려가 하석주 감독을 포옹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전남은 전반 25분 상주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불안감이 싹텄다. 그 순간 레안드리뉴의 대포알 중거리 슈팅이 터졌다. 레안드리뉴의 오른발을 떠난 볼이 상주
2-1 리드. 불안하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스코어였다. 그때 스테보가 확실한 한방을 날렸다. 이종호의 도움을 받아 그림 같은 슈팅으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3-1 승리. 스테보는 상의를 벗고 포효했으며, 하석주 감독도 활짝 웃었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