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스포츠 시상식은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자리다. 최고의 선수들에게 각종 상이 수여된다. 수상 기준은 당연히 ‘최고의 기량’을 ‘1시즌’ 동안 펼쳤느냐다. 치열한 경합 속에 개인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잣대가 따라야 한다. 선정에 있어 논란이 있어선 안 된다.
2014시즌 K리그 클래식을 빛낸 별들의 개인상 후보 명단이 지난 25일 발표됐다. 최우수선수(MVP), 영플레이어상, 최우수감독상, 베스트11 부문별 후보가 공개됐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만큼 공감을 얻지 못했다. 다소 시끄러웠던 부문은 베스트11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정위원회는 각 구단이 제출한 후보 명단(11명) 가운데 주간 MVP 및 위클리 베스트, 선수 평점, 개인 기록, 팀 성적을 토대로 후보를 추렸다. 하지만 전북의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김기희와 김남일이 빠졌으며, 수원의 조성진과 김은선 이름이 없는 것도 축구팬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 스테보는 이동국, 산토스와 함께 득점왕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시즌 베스트11 후보에 제외됐다. 사진=전남 드래곤즈 제공 |
스테보는 주간 MVP 수상 없이 위클리 베스트에 네 차례(1R, 4R, 16R, 22R) 선정됐다. 37라운드에서 2골을 터뜨려 주간 MVP 및 위클리 베스트 수상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 선정 대상기간은 36라운드까지였다.
공격수 부문 후보 가운데 스테보보다 골을 더 많이 넣은 선수는 없다. 이동국만이 어깨를 나란히 할 뿐이다. 순도 또한 높았다. 스테보가 골을 넣은 경기(12경기)에서 전남은 7승 3무 2패를 했다. 승률 70.8%에 이른다.
스테보의 베스트11 부문 후보 제외로 자칫 득점왕이 베스트11에 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스테보는 출전 경기수 및 출전 시간에서 가장 불리하나, 극적인 역전 득점왕 등극 가능성이 높다.
스테보는 최근 2경기에서 3골을 몰아쳐 부상 중인 이동국과 침묵 중인 산토스보다 득점 감각이 물올랐다. 게다가 전남은 그룹B에 속해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전력이 처지는 팀(인천)을 ‘홈’에서 상대한다. 이동국은 재활 치료로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 결장하며, 산토스는 부담스런 포항 원정을 떠난다.
스테보가 오는 29일 인천전에서 골을 추가해 이동국, 산토스를 제치고 극적인 득점왕을 차지할 경우, 역대 세 번째 득점왕의 베스트11 낙마다.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래, 득점왕이 베스트11에 들지 못한 건 2002년의 에드밀손(당시 전북), 2010년의 유병수(당시 인천) 등 2명이다.
에드밀손은 2002년 14골로 득점왕에 올랐으나 김대의(당시 성남), 유상철(당시 울산)에 밀렸다. 수상 실패 이유는 있었다. 경쟁자가 막강했다. 김대의는 도움왕이면서 공격포인트 1위였다. 또한, 성남의 우승을 이끈 MVP였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J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K리그에 돌아온 유상철은 8경기에서 9골을 터뜨렸다. 경기수가 부족했을 뿐, 경기당 평균 1.13골의 엄청난 득점 페이스(에드밀손 경기당 평균 0.52골)였다. 더욱이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후광 효과도 없지 않았다.
유병수도 2010년 22골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13골의 데얀(당시 서울)과 김은중(당시 제주)에 뒤졌다. 9골이나 더 많이 넣었지만 공헌도와 이름값에서 밀렸다. 데얀은 10년 만에 서울의 우
하지만 올해는 12년 전과 다르다. 스테보가 득점왕을 차지할 경우, 베스트11 수상 실패를 떠나 후보조차 오르지 못했다는 건 논란이 될 수 있다. 지난 10년간 득점왕 가운데 가장 적은 골을 기록했던 2005년의 마차도(13골·당시 울산) 또한 베스트11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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