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환희의 무대’가 ‘절망의 무대’로 바뀌는 것일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로 흥했던 샬케(독일)의 디 마테오 감독, 이제는 그 ‘인연’의 끈이 멀어지는 것 같다.
또 다시 참패다. 샬케는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첼시(잉글랜드)와의 2014-1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0-5로 크게 졌다.
디 마테오 감독은 2012년 3월부터 11월까지 첼시의 지휘봉을 잡았다. 8개월의 짧은 재임 동안 사상 첫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무리뉴 감독, 스콜라리 감독, 히딩크 감독, 안첼로티 감독 등도 이루지 못한 걸 디 마테오 감독이 해냈다.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었지만 테리, 드록바, 이바노비치, 하미레스, 미켈, 케이힐, 체흐 등이 아직도 첼시 유니폼을 입고 있다. 때문에 디 마테오 감독과 첼시의 재회로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던 경기였다.
↑ 샬케의 디 마테오 감독. 2011-1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지만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승 2패 6득점 12실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독일 겔젠키르헨)=AFPBBNews=News1 |
이날 경기는 디 마테오 감독 부임 후 샬케의 첫 홈경기 패배였다. 지난 10월 18일 헤르타 베를린전 이후 공식 4연승을 달렸으나 첼시에게 쓰라린 완패를 했다.
쓰라린 결과지만 겉보기에 참담한 성적표는 아니다. 디 마테오 감독의 샬케는 종합 성적은 4승 4패로 승률 50%다. 지난 22일에는 볼프스부르크의 분데스리가 6연승 행진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문제는 수비,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다. 샬케는 첼시전에서 자책골을 기록하는 등 어이없는 수비 실책으로 자멸했다. 5실점은 시즌 1경기 최다 실점이지만 대량 실점이 없지 않았다. 디 마테오 감독 부임 이후 8경기에서 무실점은 딱 2번이었다. 2실점 이상 경기가 5번(2실점 2회-3실점 1회-4실점 1회-5실점 1회)에 이른다. 철벽과는 거리가 아주 먼 절망스러운 수비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총 14실점으로 바테(22실점)에 이어 최다 실점 2위다. 디 마테오 감독 부임 이후 치른 3경기(1승 2패)에서 12골이나 허용했다. 이쯤 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3시즌 전과 비교해, 디 마테오 감독의 UEFA 챔피언스리그 성적표가 참담하다.
디 마테오 감독이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2011-12시즌만 해도 최고였다. 16강 2차전부터 결승까지 치른 총 6경기에서 4승 2무(승부차기는 무승부)를 기록했다. 상대도 나폴리(이탈리아), 벤피카(포르투갈), 바르셀로나(스페인), 바이에른 뮌헨(독일)으로 강팀이었다. 16강에서 나폴리를 상대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펼치더니 디 마테오의 ‘매직’을 보여줬다.
그러나 디 마테오 감독의 매직은 적어도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점점 효과가 약해졌다. 2012-13시즌 조별리그 5경기 만에 경질됐다. 유벤투스(이탈리아) 원정에서 0-3 완패를 하고 런던에 새벽 도착하자마자 옷을 벗었다. ‘잔인한’ 해고 통보였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첼시는 2승 1무 2패를 하고도 16강 진출이 불투명했다. 결국 마지막 경기에서 노르셸란드(덴마크)를 6-1로 이기고도 E조 3위에 그쳐 탈락했다(이후 UEFA 유로파리그로 무대를 바꿔 우승을 일궜지만).
디 마테오 감독의 UEFA 챔피언스리그 세 번째 도전도 ‘해피엔딩’이 안 될 수 있다. 샬케는 첼시전 대패로 스포르팅 리스본(포르투갈)에 밀려 G조 3위로 내려앉았다.
16강 진출 가능성이 아주 없지 않다. 두 팀의 간극은 승점 2점차. 첼시 원정을 떠나는 스포르팅 리스본이 패하고 샬케가 마리보르(슬로베니아)를 이기면 순위는 뒤바뀐다. 마리보르는 ‘무승’ 팀이다.
하지만 스포르팅 리스본이 최소 비기기만 해도 16강행을 꿈꿀 수 없다. 오히려 조 3위도 안심할 수 없다. 최하위 마리보르와도 승점 2점차다. 마리보르에게 지면, 밑바닥으로 추락이다. 샬케는 지난 10월 1일 마리보르와 첫 대결에서 1-1로 비겼다. 선제 실점을 한 뒤 훈텔라르의 동점골로 승
디 마테오 감독이 혹여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실패한다해도 새 직장에서 3개월 만에 옷을 벗을 일은 없다. 그렇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로 흥했던 ‘커리어’에 흠집이 나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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