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성남) 이상철 기자] “경남이 상주를 이길 것이다. 때문에 우린 부산을 무조건 이겨야 한다. (상주가 경남의 발목을 잡아줘도 되지만)우리의 운명을 다른 팀에 맡길 수는 없다. 우리가 하던대로 하면 된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잔류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한판을 앞두고 김학범 성남 감독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6일 전 FA컵 우승의 달콤함은 잊은 지 오래다. 비기거나 패할 경우 11위로 밀려나 강등 위기에 몰릴 수 있었다. 경쟁자인 경남은 강등이 확정된 상주를 상대한다. 시즌 전적도 경남의 2승 1무로 우세. 그럼에도 김학범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23일 인천전을 그르치면 힘을 아끼려 했지만 성남은 그 고비를 넘겼다. 29일 부산과의 마지막 고비만 극복하면 편안하게 두 발을 펼 수 있었다. 부산과는 악연이다. 시즌 전적 3패다. 천적을 상대로 승리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울 법하나 기왕 이길 거 악연도 함께 깨겠다는 것이다.
↑ 성남의 곽해성이 29일 열린 K리그 클래식 부산전에서 후반 10분 선제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성남)=김재현 기자 |
그러면서 공격축구를 천명했다. 반복되던 뒷심 부족으로 승리를 놓치더라도 공격적으로 임해 승리를 노리겠다는 계산이었다. 경기 초반 부산의 거센 저항에 눌려 힘을 쓰지 못하던 성남은 전반 중반 이후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바우지비아, 김태환, 김동섭 등 전방의 공격 자원에게 볼이 공급됐다. 기회도 있었다. 전반 27분 정선호의 프리킥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골운이 따르지 않나 싶었지만 성남은 이를 이겨냈다.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았다. 상주-경남전이 전반을 1-1로 마쳤다는 소식을 접한 성남이나 공격 색채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 10분 곽해성이 통렬한 중거리 슈팅으로 성남을 천국으로 인도했다.
하늘도 그런 성남을 도왔다. 성남과 10위 다툼을 벌이던 경남이
성남으로선 최고의 일주일을 보냈다. 지난 23일 FA컵 우승을 차지하더니 이날 부산전 3연패 탈출과 함께 K리그 클래식 잔류까지 확정했다. 꿈꿨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어부지리는 없었다. 스스로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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