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프로야구가 ‘몸값 인플레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치솟은 자유계약선수(FA) 몸값이 문제다. 공감할 수 없는 천문학적 금액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각에서는 제도 변화를 외친다. 과연 제도적 장치로 막을 수 있을까.
지난해 FA 거품 논란은 올해 FA 광풍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몸값 인플레 현상은 심화됐다. 지난해 19명이 나온 FA 시장 총액이었던 523억5000만원. 그러나 올해 단 13명이 계약한 금액은 이미 555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총액을 가볍게 넘어섰다. 아직 6명이 FA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액은 더 크게 오를 전망이다.
올해는 역대 FA 최고액도 깨졌다. 지난해 최고액인 강민호(롯데)의 75억원을 넘어 80억원 이상 받은 선수만 3명. 최정(SK)이 86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찍었고, 장원준(두산)이 84억원, 윤성환(삼성)이 80억원에 계약했다. 국내 프로야구 시장 규모와 가치를 봤을 때 상상하기 힘든 큰 액수다.
↑ 지난해 프로야구 FA 역대 최고액을 기록한 롯데 포수 강민호와 올해 FA 투수 최고액을 찍은 장원준(두산). 사진=MK스포츠 DB |
치솟은 FA 몸값 제동을 위한 해결 대책은 과연 있을까. 일각에서는 제도적 손질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원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을 없애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양상문 LG 감독은 FA 공개 입찰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구체적인 논의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제도적 한계점은 분명하다. 근본적인 해결안이 될 수 없다. 우선협상 기간을 폐지하면 몸값 폭등을 막을 수 있을까. 우선협상에 상관없이 FA 협상 기간에 충분히 몸값 경쟁이 가능하다. 눈치싸움이 더 과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공개 입찰 제도로 변경할 경우 더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최종 선택이 선수가 아닌 구단이 된다. 선수의 자유가 박탈돼 FA 제도의 취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이미 프로농구에서는 뒷돈 근절을 위해 공개 입찰제로 FA 제도를 손질했다가 ‘자유 없는 노예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FA 기간 이후 곧바로 연봉 협상 테이블을 차려야 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 때문. 한국 프로야구의 최저 연봉은 2700만원에 불과하다. 연봉 1억원이 넘지 않는 선수도 부지기수다. 팀 내 선수들 사이 위화감 조성의 우려를 안고 있지만, 연봉을 FA 몸값에 따라 무작정 올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FA 선수를 탓할 수도 없다. 각 구단의 운영팀 관계자들은 “FA 기간이 끝나고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선수들을 제대로 쳐다보기도 민망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결국 몸값 인플레 현상은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프로야구 전체 구단의 자정적인 움직임이 절실하다. 천문학적인 몸값 실패에 따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야구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시장 논리를
역효과를 몰고 올 FA 제도 변화가 아닌 구단의 각성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일부 구단들의 자정 움직임이다. 거품론에 발을 맞춰 기존 선수들의 연봉 협상과 유망주 육성으로 눈을 돌렸다. 몸값 인플레 현상을 부추기는 희소성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 선행 과제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