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방심은 없다. 그러나 미소를 숨길 수 없다. 감히 ‘꿀조’라 표현하긴 그렇지만 좋은 예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네 가지 행운이 전북에 따랐다.
3년 만에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전북 현대, 2015년 목표는 2연패가 아니다. 9년 만에 아시아 최강 클럽 등극이다. 그들의 눈은 이미 아시아를 향했다. 최강희 감독은 2011년 준우승의 한이 남아있다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큰 꿈을 품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전북은 아시아 클럽 대항전이 AFC 챔피언스리그로 통합 개편된 이후 첫 K리그 챔피언이다. 2006년 알 카라마(시리아)를 제치고 정상을 밟았다. 2011년 다시 한 번 결승 무대를 밟았으나 승부차기 끝에 알 사드(카타르)에게 패했다.
이후 해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갔지만 조별리그(2012년) 및 16강(2013년·2014년)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의 위상이 높아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북에겐 퍽 힘겨웠던 아시아 최강 클럽 도전기였다.
↑ 전북은 2015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세웠다. 조 추첨 결과 일단 예감은 좋다. 사진=MK스포츠 DB |
‘난적’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를 피한 게 첫 번째 행운이다. AFC는 이번부터 K리그 클래식,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 호주 A리그 우승팀에게 시드를 배정해 조별리그부터 만나지 않게 했다. 이에 슈퍼리그 4연패를 달성한 광저우와 엇갈렸다.
악연의 주인공을 피했으니 함박웃음이다. 전북은 지난 3년 연속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한 조에 속해 진을 뺐다. 2승 2무 2패로 대등하게 싸웠으나 힘을 너무 뺐다. 또한, 조 수위 자리를 뺏기면서 16강에서 다른 조 1위를 상대해야 했다.
전북은 지난 11일 실시한 AFC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 결과 산둥 루넝(중국), 빈 즈엉(베트남), 동아시아지역 플레이오프2 승자와 함께 E조에 편성됐다. 동아시아지역 플레이오프2를 통해 일왕배 결승 결과에 따른 가시마 앤틀러스 혹은 가시와 레이솔을 비롯해 촌부리(태국), 킷치(홍콩) 중 1개 팀이 오른다.
무엇보다 전북은 호주 원정을 떠나지 않게 됐다. 시즌 초반 비행시간만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호주 원정은 K리그 팀들에게 악몽과도 같다. 그 1경기 때문에 후유증이 컸다.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에 A리그는 2.5장의 출전 티켓이 주어진다. 1개 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쳐 최대 3개 팀이 본선 무대를 밟는다. 같은 리그 팀끼리는 한 조를 속하지 않기에 동아시아지역에서 최소 1조는 A리그 팀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 두 번째 행운이 전북에게 찾아온 것이다.
세 번째 행운은 수월한 조 편성이다. 하나 같이 만만치 않은 팀이긴 하나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강한 팀은 아니다. 산둥은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경험(7회)이 풍부하나 2005년 8강을 끝으로 번번이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전북은 2011년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산둥과 한 조를 이뤘는데, 홈 앤 어웨이에서 모두 승리했다.
빈 즈엉은 베트남리그 우승팀이다. AFC가 중소리그를 위해 AFC 챔피언스리그의 문턱을 낮추면서 ‘본선 직행’의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팀 가운데 객관적인 전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변이 없는 한 가시마 혹은 가시와 등 J리그 팀이 플레이오프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의 조 1위를 위협할 팀으로 꼽히지만, 한창 잘 나가던 시기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다. 다만 최근 상대 전적에서 4패로 ‘닥공의 천적’을 과시한 가시와가 껄끄럽긴 하나, 몬테디오 야마가타가 일왕배 우승 시 2년 만에 만남은 성사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행운은 16강에서 최대한 강팀을 피한다는 것이다. E조는 16강에서 G조와 8강 진출 티켓을 놓고 싸운다. E조 1위는 G조 2위와, E조 2위는 G조 1위와 맞붙는다. G조에는 수원 삼성을 비롯해 브리즈번 로어(호주), 야마가타 혹은 우라와 레즈(일본), 베이징 궈안(중국) 혹은 방콕 글래스(태국) 등이 속했다.
이들을 얕잡아 보는 건 아니나 분명 한결 나은 게 사실이다. 안 만나거나 최대한 늦게 만나길 희망하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비롯해 감바 오사카(일본),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호주), 광저우 부리(중국), FC 서울, 성남 FC 등이 F조와 H조에 들어가 있다(광저우 부리와 서울은 플레이오프 통과 시).
광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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