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강정호(27, 넥센)의 유격수 40홈런은 한-미-일(韓美日) 야구를 통틀어서도 좀처럼 유례를 찾기 쉽지 않은 대단한 역사적 기록이다.
민첩한 움직임과 강력한 송구로 표현되는 물 샐 틈 없는 수비. 내야 수비의 지휘관인 유격수들이 갖고 있는 상징성이다. 이처럼 수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유격수 포지션의 공격 기여에 대한 기대치는 크지 않다. 유격수는 ‘가장 수비를 잘하는 선수’라는 동의도 있다. 그런데 이 ‘수비귀신’ 중에 ‘야구의 꽃’인 홈런을 무려 40개나 쳐낸 선수가 있다. 이래도 비정상이 아닌가?
↑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유격수 40홈런을 만들어낸 강정호.사진=MK스포츠 DB |
한국보다 경기수가 30여 차례 더 많으며 145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도단 3명만이 이 고지를 밟았을 뿐이다(유격수 출장 90%이상 기준). 역대 11번의 유격수 40홈런 시즌이 있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6회), 어니 뱅크스(5회), 리코 페트로셀리(1회)가 그 주인공. 한 시즌 최다 홈런은 A-로드의 57개(2002년)다.
하지만 A-로드가 약물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밝혀지면서 사실상 가치가 있는 유일한 기록은 뱅크스와 페트로셀리의 기록밖에 남지 않았다.
시카고 컵스 역사상 최고의 유격수이자 최초의 흑인선수인 뱅크스는 단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유격수 슬러거였다. 컵스 최초의 영구결번자이기도 한 뱅크스는 통산 512홈런 중 유격수로만 264홈런을 때렸다. 뱅크스는 1955년 유격수 최초로 40홈런을 쳐내며 편견의 벽을 허문 이후 1960년 내셔널리그에서 마지막으로 40홈런을 기록한 유격수가 됐다.
↑ 사진=MK스포츠 DB |
사실상 가치있는 유격수 40홈런의 기록은 1969년 페트로셀리에서 대가 끊긴 셈이다. 순 비교는 무리지만 강정호의 역사는 이처럼 흔치 않은 기록이다.
바다 건너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유격수 40홈런 이상은 찾기 힘든 기록이다. 일본에서는 1985년 우노 마사루의 41홈런이 최다 기록이다. 이 역시 전설적인 기록으로 이후 30년이 가까운 시간동안 깨지지 않고 아시아 유격수 최다홈런 기록으로 남아있다.
한국 프로야구 9시즌 동안 139홈런을 때려낸 강정호는 이제 메이저리그라는 새로운 판에 뛰어든다. 슬러거 유격수인 강정호에 대한 기대치는 높은 상황. 동시에 포지션 전환에 대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격수 강정호를 메이저리그에서도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미 구태의연한 상식이라는 담을 허문 그다.
↑ 사진=MK스포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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