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올 시즌 LG 트윈스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리(11승)를 기록한 우규민(29)이 극찬 대신 비난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글러브 패대기’ 사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오해의 눈길은 남아 있다.
지난 11일 경기도 모처에서 만난 우규민은 시즌 종료 후 엉덩이 근육 물혹 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재활에 한창이었다. 우규민에게 팬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6개월 전 그때 그 사건을 물었다. 당시 그 정도로 큰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우규민은 웃으며 속내를 밝혔다.
↑ LG 트윈스 투수 우규민이 올 시즌 도마 위에 올랐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진=서민교 기자 |
지난 6월1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 유격수 오지환이 5회 실책을 저질렀다. 안타성 타구를 잡아냈으나 3루 악송구로 공이 빠져 실점으로 이어졌다. 곧바로 강판된 우규민은 더그아웃에서 글러브를 집어던지며 화풀이를 했다. 옆에서 격려를 하려던 류제국조차 깜짝 놀랐던 돌발행동이었다. 이날 우규민은 4⅓이닝 7피안타(2홈런) 5사사구 2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시즌 최악의 투구였다.
당시 중계를 통해 우규민의 행동을 본 팬들은 비난의 화살을 우규민에게 퍼부었다. 실책을 저지른 팀 후배 오지환에게 분풀이를 한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 더그아웃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글러브를 던진 행동도 잘못이지만, 오지환의 실책 직후 나온 행동이었기 때문에 비난의 수위는 높았다.
우규민은 그때 상황을 떠올렸다. “나 자신에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제구가 되지 않은 날이었다. 볼넷과 사구가 많았다. 날씨도 엄청 더웠다. 자제를 했어야 했는데 그때 참지 못했다.” 자신의 부진한 투구에 화풀이를 한 당시 행동에 대해서 반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지환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굳이 할 필요가 없었던 것도 있다. 당시 비난을 받으면서도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우규민과 오지환은 절친한 사이로 유명하다. 우규민이 다섯 살 많지만, 허물없이 지낸다. 오지환도 “규민이 형과 내 사이는 다 안다. 이제 와서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다. 팬들이 그렇게 생각을 해도 우리만 아니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우규민도 마찬가지. “둘 다 전혀 생각도 안했다. 지환이와는 둘도 없는 사이다. 형, 동생이 아니라 친구처럼 지낸다. 지환이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다면 매경기 글러브를 던졌어야 했다.(웃음)”
농담을 섞어 오해를 불식시킨 우규민은 그때의 행동이 오해를 살 수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도 TV 중계와 기사를 봤다. 팬들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 승리투수를 하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했다. 다음 경기는 패전투수가 됐지만, 이후 2연승을 해서 다행이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사건이 우규민을 괴롭힌 적이 있다. 이번에도 오지환이 엮여 있었다.
‘글러브 패대기’ 사건 이전인 4월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벌어진 벤치클리어링. 정찬헌이 정근우에게 던진 빈볼 시비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발단은 그 이전 상황에 정근우가 김태균의 유격수 땅볼 때 오지환을 향해 발을 높게 들고 슬라이딩을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정근우의 스파이크에 오지환의 종아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사실상 보복성 빈볼이었다.
이런 상황서 벌어진 우규민과 정근우의 거친 설전이 도마에 올랐다. 세 살 위 선배인 정근우를 향해 우규민이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 비난의 이유였다. 특히 부상을 당할 수 있는 빈볼 시비가 있었기 때문에 일파만파 번졌다.
“벤치클리어링은 팀에 일원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땐 지환이의 스타킹이 찢어진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왔고 피까지 봐서 욱한 마음이 들었다. 어렸을 땐 선배들이 나서지만, 나도 이제 팀의 중고참이다. 그러면 후배들을 위
우규민은 자신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팀원으로서의 행동이라는 항변이었다. 이미 다 지나고 풀린 일.
우규민은 “난 죽었다 깨어나도 페어플레이상은 받지 못할 것”이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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