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지난달 KIA 타이거즈는 또 한 번 광주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맞아야 했다. KT 위즈의 특별지명을 위한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주전 중견수 이대형(31)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 KT의 선택은 이대형이었고, KIA의 선택은 도마 위에 올랐다.
KIA가 이대형을 20인 보호선수에서 제외된 것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김기태 KIA 감독과 구단의 설명은 ‘리빌딩’이었다. KIA 구단은 “리빌딩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오랜 고심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설명했고, 김 감독은 이대형과의 불화설에 대해 “김기태라는 사람이 자기가 좋아한다고 영입하고 싫어하기 때문에 내보내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고심을 많이 했고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 KIA 타이거즈에서 짧은 시간 붉은 유니폼을 입었던 외야수 이대형(KT 위즈).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선수를 1년 만에 내놓는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었다. 특히 이대형의 시즌 성적은 준수했고, KIA에는 마땅한 주전급 중견수도 없었다.
이대형은 올 시즌 126경기에 출전해 2003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높은 타율 3할2푼3리와 가장 많은 149안타를 기록했다. 이대형의 성적은 표면적으로 확실히 좋아진 것이 사실.
하지만 리드오프로서 역할은 물음표가 붙었다. 볼넷은 35개를 얻어내는데 그쳤고, 삼진은 57개나 당했다. 출루율 3할7푼2리를 기록했으나 도루 22개 성공 뒤에는 15개의 실패가 있었고, 득점권 타율도 3할을 넘기지 못했다. 타격도 KIA의 4강 좌절이 가시화된 8~10월 살아나 영양가가 부족했다.
문제는 이대형이 아닌 중견수 공백을 채울 대안이다. KIA에는 당장 풀타임으로 뛸 수 있는 중견수가 마땅치 않다. 김다원(29)과 박준태(23) 정도가 눈에 띈다. KIA의 리빌딩을 가정했을 때 신인 박준태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태는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2푼4리 출루율 4할8푼9리를 찍었고, 1군에서도 32경기에 출전해 타율은 2할6푼2리에 그쳤으나 출루율은 4할3푼6리를 기록했다. 특히 강견인 박준태는 수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가능성을 보였다.
KIA의 선택은 결국 모험이다. 이대형 카드를 버린 것은 실수가 아닌 치밀한 계산이었다. 당장 내년 시즌은 성적보다 리빌딩이다. 향후 2~3년을 위한 비정상적인 선택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정상화를 위한 유망주들의 노력이 절실해졌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