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전성민 기자] 2014 한국시리즈는 경기 내용뿐만 아니라 시구도 빛났다. 의미 있는 시구들은 한국시리즈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전까지는 배우 등 연예인들의 시구가 많았다. 2009 한국시리즈는 1차전부터 7차전까지 전부 연예인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2014 한국시리즈는 달랐다. 대중적인 관심은 덜 했을지 모르지만 시구가 갖고 있는 의미와 감동은 매우 컸다.
여성 스포츠 지도자 홍양자 이화여자대학교 체육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11월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로 나섰다.
↑ 11월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에 앞서 급성림프구성백혈병과 투병중인 박주상 어린이가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한국스포츠 발전을 위해 평생을 보낸 홍양자 명예교수는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자로 더할 나위가 없었다.
2차전 시구는 따뜻한 희망을 선사했다. 삼성 라이온즈의 오랜 팬으로 다섯 살 때 시력을 잃은 시각장애인 허경호씨와 그의 두 눈이 되어 주고 있는 안내견 '해냄'이가 함께 했다. 애국가는 전신마비의 장애를 딛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며 용기와 희망을 전파하는 '행복 전도사' 성악가 이남현씨가 했다.
3차전 시구는 든든했다. 각종 화재와 재난 현장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주는 4만여 소방 공무원 중 한 명인 과천소방서 중앙 119센터 소속의 김남진 소방위가 3차전 시구자로 나섰다.
4차전에서는 한 소년의 꿈이 또 한 번 이뤄졌다. 백혈병이라는 무서운 병마와 투병하는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야구 선수를 꿈꾸는 박주상군이 시구자로 나섰다.
박주상군은 지난 7월 광주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박병호(넥센)와 그라운드에 함께 등장해 안타를 뽑아낸 후 1루 베이스까지 당당히 질주하며 야구팬, 선수, 관계자 모두에게 감동을 줬다.
야구 원로들도 한국시리즈를 빛냈다. 5차전 시구자로 나선 1931년 부산 출신의 어우홍 야구원로는 조선전업과 한국운수 등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이후 부산상고, 경남고, 동아대 감독을 거치며 후진 양성에 힘써왔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의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아시아 국가로는 첫 우승을 일궈냈다. 포구는 KBO 김재박 경기운영위원이 나섰다.
↑ 11월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어우홍 전 감독이 시구 후 김재박 한국야구위원회 김재박 위원과 다정하게 퇴장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2014 시즌 한국시리즈는 시리즈별 시구 하나하나가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 시구를 통해 꿈을 선사했고 한국야구의 역사를 알렸다.
한국야구위원회는 2014년 진정한 시구를 찾았다.
[ball@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