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2014시즌 프로야구는 감동과 환희로 물들었다. 그러나 큰 실망만 남긴 채 쓸쓸히 시즌을 마감한 비운의 주인공들도 있었다. 찬사를 받던 국내‧외 프로야구 스타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MK스포츠가 선정한 올해 야구팬들에게 고통만 안긴 인물들은 누구일까.
↑ 야구장을 떠나고 있는 선동열 전 KIA 감독의 쓸쓸한 뒷모습. 사진=MK스포츠 DB |
▲ 상처만 남긴 SUN의 몰락
올해는 감독들의 무덤이었다. 한 시즌 무려 6명의 사령탑이 교체됐다. 경질과 자진사퇴, 계약 만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감독들이 옷을 벗었다. 이 가운데 가장 잔혹하게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은 선동열 KIA 감독이었다. 선 감독은 재계약 5일 만에 자진사퇴를 하는 초유의 불명예 사례를 남겼다.
정규리그 54승74패(8위)의 성적을 거둔 선 감독은 구단의 재신임을 얻는데 성공했으나 이미 등을 돌린 팬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구단 홈페이지에 직접 장문의 편지까지 쓰며 호소했으나 돌아온 것은 비난의 화살이었다. 결국 선 감독은 성난 팬들의 반대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났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씁쓸한 퇴장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KIA의 지휘봉은 올 시즌 도중 자진사퇴했던 김기태 감독이 잡았다.
▲ 존재감조차 없었던 김시진‧노경은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낸 구단은 단연 롯데다. 성적과 집안단속,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 롯데의 지휘자는 김시진 감독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존재감 자체가 없었다. 구단 수뇌부의 ‘꼭두각시’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들어야 했다. 성적 부진과 CCTV 사찰 논란 등 끊이지 않는 구설수에 밀려 아주 조용히 스스로 물러났다. 잔여 연봉도 받지 못한 채 굳게 입을 닫았다.
두산서 존재감을 상실한 투수도 있었다. 지난 2년간 더스틴 니퍼트와 함께 우완 원투펀치로 나섰던 노경은의 잃어버린 1년이다. 노경은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2시즌 연속 10승 투수의 기대감은 물거품이 됐고, ‘QS 사나이’라는 수식어도 무색했다. 29경기서 3승15패 평균자책점 9.03을 기록했고, 선발 등판은 19회, QS(퀄리티스타트)는 단 4차례에 불과했다. 두산 선발진도 그렇게 무너졌다. 2억8000만원까지 뛰었던 연봉의 대폭 삭감을 받아들여하는 우울한 연말이다.
▲ 명예회복 못한 김동주
‘두목곰’ 김동주의 겨울은 뜨겁지 않던 여름에 이어 여전히 싸늘하다. 올해 송일수 두산 감독과 힘겨루기를 하며 1군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구단의 은퇴와 코치 제의를 거부한 김동주는 현역 연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결국 17년을 품었던 두산을 떠났다.
그런데 갈 곳이 없다. 몇몇 구단에서 김동주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했다. 오라는 팀이 없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김동주는 아직 모든 걸 내려놓지 못했다. 명예회복을 위해선 연봉 조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일단 자신의 가치를 재입증할 구단의 유니폼을 입는 것이 먼저다. 내년 1월까지 팀을 구하지 못하면 초라한 최후를 맞이할 수도 있다.
↑ 무릎을 꿇은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텍사스 추신수. 사진=MK스포츠 DB |
▲ 멈춰버린 텍사스행 추추트레인
‘추추트레인’ 추신수에게는 잔인한 한 해였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신시내티를 떠나 텍사스행 기차로 갈아탔다. 티켓 비용만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431억원)짜리 대형 계약이었다. FA 첫 해는 우울했다. 발목과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했다. 부상을 제외하고도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 ‘먹튀’ 불안감마저 갖게 한 최악의 부진이었다.
시범경기 부진은 확실한 예고편이었다. 올 시즌 12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4푼2리에 머물렀고 출
미국 현지 여론도 추신수에 대한 무리한 몸값 지불에 회의적인 반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내년 부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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