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나 어제 전지현이랑 하와이 해변가를 드라이브했어.”
흔한 친구의 꿈 이야기. 욕을 부르는 현실성 제로의 이런 꿈을 우린 ‘개꿈’이라고 한다. 하지만 때론 꿈을 꾸고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때가 있다. 길몽은 말을 하는 순간 그 복이 달아난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꾹 참고 입을 닫거나 꿈을 팔기도 한다.
LG 트윈스의 우승은 한 때 ‘전지현 꿈’이었다. 1994년 우승 이후 우승맥이 끊겼고, 심각한 암흑기를 겪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가을야구 드라마를 연출하며 우승이 더 이상 ‘개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LG에 ‘2015 돼지꿈’을 판다. 사가든지 말든지.
↑ LG 트윈스 새 외국인 타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내야수 잭 한나한. 사진=MK스포츠 DB |
어제 꿈에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나왔다. 아니, 잘못 봤다. 2015년 새 외국인 타자 잭 한나한이다.
페타지니. 그가 누군가. 역대 LG 출신 최고의 외국인 타자 성공 사례 아닌가. 2008시즌 중반 LG 유니폼을 입은 페타지니는 68경기서 타율 3할4푼7리에 35타점 7홈런을 때려냈고, 2009시즌 115경기서 타율 3할3푼2리에 100타점 26홈런을 기록한 4번 타자였다. 특히 뛰어난 선구안으로 귀신 같이 스트라이크를 골라내며 183경기서 137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한나한은 시즌 개막 전 기대가 컸다. 메이저리그 출신에 역대 외국인 타자 최고액을 받고 LG 유니폼을 입었다. 거포형 타자는 아니었다. 3루를 책임질 수 있는 내야수라는 매력이 더 큰 타자였다.
그런데 ‘잭팟’이 터졌다. 한나한에게 잠실구장은 좁았다. 페타지니의 재림이었다. 피부색 그리고 왼손과 오른손이 바뀌었을 뿐 한나한에게서 페타지니의 향수가 그대로 풍겼다.
한나한은 가뿐하게 30홈런-100타점을 돌파하며 LG의 4번 타자 자리를 채웠다. 중심이 잡히자 LG 토종 좌타라인도 폭발력을 더했다. 팀 타율 3할을 넘기며 지난해 타율 꼴찌에서 1위로 올라섰다. 한나한도 비공개였던 인센티브(약 50만 달러)를 두둑하게 챙겼다.
↑ LG의 기대주 좌완투수 임지섭의 포효. 사진=MK스포츠 DB |
‘불펜왕국’ LG는 시즌 전 선발진이 최대 고민이었다. 신정락이 군 입대로 이탈했고, 류제국과 우규민이 지난 시즌 종료 후 나란히 수술대에 올라 100% 몸 상태로 시즌을 출발하지 못했다. 그러나 LG는 위기를 엄청난 기회로 만들었다.
양상문 감독이 1년을 아끼며 키운 신인 좌완투수 임지섭이 대형사고(?)를 쳤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발로 낙점한 양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임지섭은 150㎞를 가볍게 넘기는 강속구에 확 달라진 제구력으로 LG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임지섭은 시즌 초반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타더니 무려 18승을 찍었다. 1군 데뷔 2년차에 이룬 엄청난 성과. 과거 ‘야생마’ 이상훈(두산 코치)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상훈은 프로 데뷔 2년차 시즌이던 1994년 18승8패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하며 LG의 우승을 이끌었다.
과거 이상훈과 다른 것은 헤어스타일뿐. 임지섭은 삭발한 ‘까까머리’ 야생마였다. 임지섭은 거침없는 투구로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우뚝 섰다.
LG는 두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과 헨리 소사가 25승을 합작했고, 우규민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챙기는 등 불안했던 선발진이 안정을 찾으면서 ‘투수왕국’의 완전체로 21년 만에 우승을 이뤄냈다.
↑ 프로야구 치어리더 김연정(왼쪽부터 NC), 박기량(롯데), 강윤이(LG). 사진=MK스포츠 DB |
2014시즌 종료 이후 취재진의 입을 타고 뒷소문이 무성하게 나돌았다. 프로야구의 꽃인 치어리더들의 대이동에 대한 소문이었다. 구단 회식 자리에서나 한 번쯤 나올 만한 그런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프로야구 3대 인기 치어리더가 LG에서 하나로 뭉쳤다. 기존의 LG 치어리더 강윤이를 비롯해 롯데 자이언츠 박기량과 NC 다이노스 김연정이 유광점퍼를 입고 잠실구장의 새 주인이 됐다. 박기량과 김연정의 재회로 뜨거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제로 소문이 돌았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치어리더의 응원이 펼쳐지는 1루 뒤 관중석은 시즌 내내 티켓을 구하기 힘든 ‘암표 전쟁’이 펼쳐졌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사상 첫 잠실 홈 전경기 매진 사례. 잠실 홈경기뿐이 아니었다. 원정경기에서
하지만 LG 구단은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했다. 시즌 종료 후 사상 최초로 치어리더 FA 전쟁이 벌어지며 이례적으로 연봉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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