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그 팀은 만만한 상대가 아냐.”
확실한 리빌딩도 화끈한 투자도 없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프로농구 구단이 있다. 나머지 구단들도 우습게 볼 수 없는 팀이 됐다. 인천 전자랜드가 바로 ‘그 팀’이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전반기를 17승17패, 승률 5할로 마쳤다. 부산 KT와 함께 공동 5위다. 일단 6강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에 포함됐다. 시즌 초반 9연패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으나 이후 6연승을 달리는 등 놀라운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경기 도중 신인 정효근을 불러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유도훈 감독은 최근 의욕이 더 넘친다. 모험적인 리빌딩에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위험성이 큰데도 유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고 있다. 팀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밝은 유망주들의 성장세 덕분이다.
전자랜드에는 확실한 에이스는 없다. 국내 선수들 가운데서는 정영삼이 해결사 역할을 해줄 선수로 꼽힌다. 하지만 다른 팀들과 비교하면 이름값이 조금 약하다. 대신 준척급 선수들이 풍부해졌다.
박성진과 정병국이 버티는 가드진에 김지완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지완은 탁월한 개인기와 득점력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포워드진도 경쟁력을 키웠다. 함준후와 차바위, 정효근 등 개성이 뚜렷한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다. 또 주태수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센터 이정제가 효과적으로 채우고 있다. 유 감독이 “지금이 다 기회인 선수들”이라며 웃을 만하다.
특히 유 감독이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신인 정효근이다. 정효근은 한양대 3학년 재학 중에 1라운드 3순위로 프로에 데뷔했다. 202cm의 장신에 스피드와 외곽슛, 개인기 등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감독은 “정효근은 국가대표로 만들겠다”고 공언을 했다. 유 감독이 밝힌 이유는 “정영삼 이후 현재 전자랜드에 국가대표 선수가 없기 때문”이지만, 속내는 더 있다. 정효근의 가능성을 높게 산 것. 이른바 ‘정효근 국가대표 만들기 프로젝트’는 시즌이 한창인 현재에도 강도 높게 진행 중이다.
정효근은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은 순간부터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다. 공식 단체훈련을 제외한 새벽과 야간 나머지 타임에 개인훈련을 하는 것이 필수코스. 매일 아침 40분씩 줄넘기를 하고 자율훈련 틈틈이 공격과 수비, 블록 훈련 등을 한다. 특별훈련을 위해서 팀의 주장인 리카르도 포웰이 스승으로 나서기도 했다.
유 감독은 “정효근은 지금 절대 시즌이 아니다. 비시즌처럼 하루하루 자기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계속 경기가 있다고 해서 컨디션 조절 같은 것은 해줄 생각은 없다. 무조건 개인훈련을 시키고 있고 해야 한다”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정효근도 “그동안 화려한 농구만 생각했는데, 프로에 와서 마인드를 완전히 바꿨다. 훈련량이 많아 정말 힘들고 겁도 나기도 하지만 내가 부족한 점을 알게 됐다. 국가대표로 뽑히더라도 경험만 쌓고 오는 선수는 되고 싶지 않다. 1~2년 안에 국가대표 주전 포워드로 제대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해야만 한다”며 강한 의지로 넘친다.
유 감독이 정효근에게 스파르타식 훈련을 주문하면서 노리는 시너지 효과도 있다. 신인의 강도 높은 개인훈련은 젊은
프로농구는 기술적으로 경기력 자체가 하향세다. 전자랜드는 커트라인에 걸쳐 있다. 유 감독은 그 마지막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깨어있는 감독 중 한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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